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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편의점·헬스장…알바만 6년, 지금은 여행사 대표 합니다

배추왕 2019. 2.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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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아코리아 황성원 대표 인터뷰
아고다·트립어드바이저 등 활약


황성원(37)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프로 n잡러’로 불렸다. 문자 그대로 n잡을 해왔다. 20대에 알바나 현장 직원 등으로 경험한 직업만 해도 헬스 트레이너, 경호원, 농부, 닭갈비집 매니저, 주유소 알바, 경호원, 인형탈 알바,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 노동자, 전단지 아르바이트, 전북경찰청 외사과 통역 프리랜서 등이다. 그 외에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인턴을 거쳤다.

지금은 이종격투기나 닭갈비, 주유소 등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행업에서 일한다. ‘중국판 에어비앤비’라는 별명이 있는 투지아 한국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어떻게 살아온 걸까. 2월 18일 서울 중구 투지아코리아 사무실에서 황 대표를 만났다. 그는 원광대 01학번으로 법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했다.

/투지아 홈페이지 캡처

-당신은 누구인가.

“중국 기반 공유 숙박 앱 ‘투지아(tujia·途家)’의 한국 법인 대표다. 중국 개별여행객(FIT)이 한국에 와서 숙박하고 좋은 문화체험을 하도록 돕는다.”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인 것이 이채롭다.

“20대에 30가지 직업을 경험해 보자는 목표로 살았다. 헬스 트레이너는 2년간 하루 6시간씩 일했고, 보디빌딩 대회도 나갔다. 부모님이 농부라서 같이 농사를 짓고, 고구마와 복숭아 등을 시장에 직접 내다 팔았다. 그 외에 닭갈비집 매니저, 주유소 알바, 경호원, 인형탈 알바, 삼성반도체 공장 건설, 전단지 알바, 전북경찰청 외사과 통역 프리랜서 등을 했다.

-원래 무예에 재능이나 흥미가 있었나.

“고교 시절 합기도 동아리(합기도 4단)를 했다. 고교 동아리 후배의 권유로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다. ‘김미파이브’에서 2번 출전해 패배했다. 지역 대회에서는 한 번 이겼다. 합기도 관장 소개로 조용필·조수미 등 아티스트의 콘서트 때 경호를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들 에스코트도 맡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수 현영씨를 경호하던 황성원 대표,/본인 제공

-주한미국대사관 인턴과 편의점 알바를 동시에 했다고.  

“주한미국대사관은 인턴이 무급이다. 빛나는 스펙일 수는 있지만, 먹고사는 비용도 필요했다. 그래서 서울역 인근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숙소는 숙대입구역 고시원에 잡았다. 낮에는 미국인 예술가들의 한국 방문을 조율하고 또 문화행사를 맡았다가, 밤에는 노숙인들을 상대하고 또 라면을 파는 삶을 보냈다. 그때 인생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영어는 원래 잘 하나.

“원래 잘 못하는데 헬스 강사 하면서 배웠다. 외국인 회원들이 자꾸 뭘 물어봐서 안되겠다 싶었다. 회원 중 일부가 분쟁에 얽혀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인연이 닿아 전북경찰청 외사과에서 통역 프리랜서도 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인턴 당시 황성원 대표,/본인 제공


◇트립어드바이저 이직 때는 면접만 7번 봐

그렇게 군 복무 2년을 제외한 6년간의 ‘알바천국’ 생활이 끝났다. 정규직 첫 직장은 2008년이라고 했다. 그는 2007년 크루즈 여행사, 태국 스카이스타항공 등을 거쳤다. 본격적인 직장생활은 2008~12년 재직한 아고다에서부터다. 이후 2012~16년 트립어드바이저를 거쳐 2016년부터 지금까지 투지아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격투기와 각종 알바를 도맡아 하던 ‘프로 n잡러’가 어떤 계기로 여행업에 투신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여행업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나.  

“우연찮게 입문했고, 우연찮게 스카우트를 여러 번 받았다. 한국인,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여행사들의 관심이 있었고 내가 부지런히 자리를 알아본 덕분이기도 하다. 졸업 후 국내 크루즈 여행사에서 일했는데, 한 번 여행을 갔던 태국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몇 차례 여행을 다녀오다가 태국에서 살기로 했다. 태국 교민신문에 있는 구인공고 수십 곳에 원서를 내서, 현지 저비용 항공사인 스카이스타항공(지금은 폐업)에서 일했다.

스카이스타항공에 다니던 중, 거래처 지인의 권유로 호텔트래블닷컴 방콕 본사에 이직해 1년 남짓 다녔다. 이후 호텔트래블닷컴 태국인 선배들의 권유로 아고다로 이직해 한국 사업을 담당했다.”

-아고다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아고다는 한국어 사이트가 있지만, 직접 호텔과 계약하지 않고 도매상 격인 ‘호울세일러(wholesaler)’ 업체들에서 대행을 받아 객실을 판매했다. 이걸 직영화하는 작업을 맡았다. 2010년부터는 한국지사가 생겨 나도 귀국했다.”

트립어드바이저 재직 시절 황성원 대표,/본인 제공

-트립어드바이저 이직 때는 면접을 7번 봤다고.

“그렇다. 6개월 동안 면접을 보더라. 싱가포르 인사담당자→싱가포르 디렉터→영국 디렉터→미국 본사 상무(VP)→미국 본사 부사장(SVP)→싱가포르 디렉터 순으로 전화면접을 봤다.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썼다. 마지막 7차 면접은 비행기 표와 숙박권을 보내주면서, 싱가포르에 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하더라. 7차 면접 합격 뒤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트립어드바이저 내 한국 숙박 콘텐츠 담당을 했다. 관광지 리뷰가 늘어나도록 하고, 해외 관광객에게 소개할만한 좋은 한국 숙소를 찾았다.”

◇중국판 에어비앤비 투지아…“중국인 여행 매너 많이 좋아져”

투지아는 2011년 12월 1일 론칭했다. 중국 내 400개 도시, 전 세계 1037개 도시에서 숙소 120만개가 회원 숙소(호스트)로 가입돼 있다.

황성원 투지아코리아 대표./jobsN


-중국어를 잘 하나. 중국계 회사 대표로 영입된 이유는.

“중국어는 잘 못한다. 헤드헌터의 이직 제안을 받았다. 이직 전에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각 여행 사이트 별 트래픽 분석을 꾸준히 했는데, 투지아가 2014~15년 사이 페이지뷰(PV)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돼 ‘이 사이트는 뭐지’ 하고 관심을 가지기는 했다.”

-투지아코리아 숙소는 중국 손님만 받나.

“국내 숙소는 외국인 누구나(외국인용 민박이라 내국인 이용 불가) 이용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중에서도 자유여행객이다.”

-요즘 중국 관광객들은 어떤가.

“흔히 중국 관광객의 매너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한다. 요즘에는 많이 매너가 좋아졌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한국도 여행 자유화가 된 지 30년이 됐고, 30년 전에는 우리 부모님 세대들도 많은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2시간 운동을 한다. 5월 25일 ‘WNBF(월드 내추럴 보디빌딩 연합·거짓말탐지기와 도핑테스트를 한 뒤 대회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다. 퇴근 후에도 2시간 운동을 한다. 그 외에는 숙소 관리와 마케팅 전략 등 일상 업무를 한다.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여행업에 투신했는데, 이쪽 분야에서 이론적 깊이를 쌓고 싶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주말에는 두 딸(3세, 7세)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향후 계획은.

“여행과 스포츠는 건전한 삶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 생각한다. 스포츠와 연계한 한국만의 여행상품을 꾸준히 구상하고 있다.”

보디빌딩 대회 출전 당시 황성원 대표. 황 대표는 최근 다시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본인 제공
-이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jobsN은 젊은 20대 학생들이 많이 보는 것으로 안다. 소위 ‘흙수저’라 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는 명문대 출신도, 유학파도 아니다. 오히려 고시원에서 대사관과 편의점을 오가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가정도 꾸렸다. 그 비결은 3가지다. ① 여러 직업을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온 것 ② 부모님을 탓하기보다는 내 상황에서 해결책을 꾸준히 찾아온 것 ③ 지금도 앞날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또 공부하는 것 등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2월 18일 오늘도 나는 점심시간에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뭘 들었나.

“경영학 수업이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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