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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으로 집중력·승부욕 향상… 성적도 쑥쑥 올랐어요"

배추왕 2018. 1. 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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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으로 집중력·승부욕 향상… 성적도 쑥쑥 올랐어요"


고양시 한수중 자유학기제 예술체육활동‘사격’




 






 




“제 딸은 꼭 사격을 시키고 싶어요. 운동을 통해 집중력과 승부욕이 길러진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정신력이 약해지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보통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는 절대 운동 안 시킨다고 한다. 그만큼 체력적으로 고되고 운동 때문에 다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경기 고양시 한수중학교 사격부 김은선 코치는 다르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자신의 딸에게 적극 추천할 뿐 아니라 사격부원이 아닌 1학년 전체 학생들에게도 ‘사격’을 지도한다. 




꿈트리는 지난달 26일 ‘사격’을 자유학기제 예술체육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주엽동에 위치한 한수중학교를 찾았다. 한수중 사격부는 1998년 창단 이래 지난 10년간 매해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전국 최고 수준의 사격장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정말 힘들어요. 1학년 한 반 30여명을, 더구나 호기심에 가득 차 말도 잘 안 듣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리를 지르면 주의사항이나 기술을 가르치려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사격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면 보람이 훨씬 커서 그 맛에 또 다음해에도 수업 계획을 세우지요.” 








 




김 코치는 수업당시의 고충을 떠올렸는지 코를 찡긋하다가도 금세 활짝 웃으며 사격부 자랑을 이어갔다.“2016년에 실시한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사격부에 들어온 친구들이 10명 정도 있어요. 그 친구들이 사격을 통해 체력이 좋아지고 공부 집중력도 높아져서 성적도 향상됐다고 다들 좋아해요.” 




한수중학교는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와 함께 전국 최초로 자유학기제 예술체육활동으로 ‘사격’을 운영하고 있다. 사격부가 있는 학교 중 방과후활동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한수중학교가 유일하다.




김 코치는 또 “총기사고 우려 때문에 반대할 법도 하지만 신종균 교장님의 결단과 김태균 체육교사의 든든한 지원 덕에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모교 사격부 1기 출신인 김 코치의 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빛을 발했다. 김 코치는 2017년 사격부 관련 고양시 우수지도자상과 경기도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1학년 자유학기 사격 수업은 이론과 실기수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수업에는 체육교사뿐 아니라 사격부 친구들이 수업 보조를 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지난해엔 6월부터 여름방학 전까지 한 번에 2시간씩 반별로 총 8시간씩 진행했다. 




 







첫 수업에는 이론만 2시간 한다. 사격 경기규칙과 용어 같은 사격의 기초를 배운다. 두 번째 수업에서 자세훈련을 하고, 세 번째 수업에서는 탄착군 훈련이 이뤄진다. 마지막 수업에서 사격수업의 하이라이트인 사격대회를 연다. 공부에는 흥미가 없던 학생들도 이때는 눈빛이 달라지고 생기가 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평소에 소심하던 친구가 난생 처음 총을 쏘고 난 후 강심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등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총기는 모두 교육용 10m 공기소총인 독일제 화인베르바 기종을 쓴다. 소총이긴 하지만 꽤 무겁고 학생들은 초보자라 앉아서 쏜다. 한 번 자세를 잡으면 5~10발 정도를 쏘며 총 무게와 긴장감을 조절하면서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김 코치는 사격 수업이 주는 의미를 이렇게 진단했다.“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아프면 안 해도 된다고 해요. 처음엔 못 하겠다던 친구들도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 삐죽삐죽 나와서 해보더라고요. 사격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안하는 친구들이 운동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제는 운동도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 2017년부터 최저학력제가 시행되어 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 코치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학기제에 활동으로 맛 본 사격프로그램으로 사격이라는 운동을 다 알 수는 없다. 또 사격선수로 진로를 잡는 친구도 많지는 않다. 하지만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그 경험을 발판삼아 요가강사나 경찰, 군인 등 다방면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사격 수업이 진로선택에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김 코치는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격은 각도와 속도, 손의 감각이 예민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사격부 학생 중에 손 감각이 뛰어나서 네일아트로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친구가 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모든 경험은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글_ 정선영 객원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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