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 바닥에선 먹고사는 일만 힘든 문제가 아니라 먹은 걸 배설하는 일도 역시 난문제 중의 하나라고, 진작부터 아버지는 말한 바가 있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에게선 다소간의 여유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공동변소 앞에서 줄을 설지언정 먹고사는 일의 어려움이 어찌 배설의 그것만 하랴.
이사를 오고 나서 한 달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실상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닥치고 본즉, 입에 풀칠을 하는 일처럼 어려운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반평생을 넘어 불혹의 나이를 살아오는 동안 당신이 의지해 온 것이라곤 오직 ⓐ몇 마지기의 땅뙈기 밖엔 없었다. 흙은 그래도 정직한 상대였다. 못지않게 정직한 아버지의 손을 거의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도시는 결코 함부로 믿을 수 있는 상대가 못 되었다. 정직한 만큼 아버지는 무능했다.
그만하면 가진 돈도 바닥날 때가 되었을 법하다고 느낄 무렵, 아버지는 ⓑ몇 가지 도구를 떠메고 들어왔다. 하나는 풀빵을 구워내는 빵틀이었고, 다른 하나는 냉차 항아리였다. 뒤엣것은 내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아 온 물건이었지만, 앞의 빵틀은 난생처음 대해 보는 도구였다. 그것은 모두 스물네 개의 구멍이 가로세로 질서정연하게 파인 무쇠 판이었다.
흔한 냉수 한 사발도 공짜가 없는 게 도시의 삶이었다. 제자리에서 잠시 돌아누워도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곳이다. 무위도식을 하며 산 한 달 동안 우리 가족이 터득한 지식이란 도시 생활의 그 냉엄한 질서였다. 아무 일에도 손을 대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무슨 생각, 어떤 타산에서 마침내 그런 결단에 이르게 되었던가 하는 점은 어차피 문제 밖의 일이었다. 어쨌건 이 일은 아버지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투자임이 분명했다.
무슨 요술 단지라도 구경하듯 신기해하는 식구들을 둘러보며 그러나 아버지는 호기 있게 말했다.
“자, 우리도 내일부터는 길거리로 나서는 거다. 그래 가지고 이놈의 빵틀로 마구 돈을 찍어 내는 거야, 암!”
아버지의 그 우직한 낙관론을 비판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못지않게 우리의 기대 또한 컸다. 감히 입을 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우리는 마음 설레게 소망했다. 그것이 단순한 빵틀이기를 넘어서 한꺼번에 스물넉 장의 지폐를 찍어 내는 기계일 것을…….
다음날 우리 가족은 한길로 진출했다. 번잡한 대로의 한 귀퉁이를 무단 점거한 우리는 사과 궤짝 위에다 문제의 빵틀을 걸었다. 그러고는 탄불을 피우고, 밀가루 반죽과 팥소(앙꼬)를 내왔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흙을 만져 오던 손은 어설프고 투박했다. 아버지가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우리는 키들거리고 웃어 댔는데 결국 그 웃음이 쑥스럽고 거북한 감정을 많이 덜어 주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첫 완제품을 만들어 낸 것은 한낮이 되어서였다. 아버지가 조금은 떨리는 손끝으로 그중의 한 개를 꺼내 들었을 때, 우리는 때맞추어 도신의 하늘을 무겁게 휘저으며 울려 퍼지는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중략)
그날 저녁에 우리 가족은 만찬을 가졌다. 이사를 온 지 한 달, 새로운 생업이 시작된 첫날임을 감안하면 그 만찬은 뜻깊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어머니가 빈 소반을 들여놓았다. 누나가 행주질을 한 다음 머릿수대로 젓가락을 챙겨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이어 유리컵이 같은 수대로 놓이고 김치 사발이 한가운데 올려졌다. 준비는 끝났다. 어머니가 물 묻은 손을 치맛귀로 훔치면서 문지방을 넘어왔다. 어딘가 좀 허전해 보이는 그런 얼굴을 하고서였다.
언제나처럼 어머니는 우리를 점검했다. 밥상머리게 앉아 있는 우리의 차림새를 조용한 눈길로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옷의 먼지는 잘 털어 냈는지, 손발은 제대로 깨끗이 닦았는지를 점검했다. 너무도 늦은 시간이었고, 게다가 낮의 들뜬 기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의 차림새는 대체로 불량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탓하지 않았다. 전에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아버지가 들어왔다. 이날의 만찬을 위한 음식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서였다. 어머니가 그것을 받아 상 위에 놓았다. 빵이었다. 우리가 구워 낸 풀빵이 대소쿠리 하나 가득 소담스레 담겨 있었다. 주전자를 받아든 누나는 조심스럽게 네 개의 유리컵을 채웠다. 아버지가 팔다 남은 냉차였다. 몇 개의 과일 씨가 잔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야릇한 분위기였다. 조금은 허전하고, 또 조금은 거북스러운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코 짜증스럽거나 서글픈 기분은 아니었다. 우리는 다만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려 하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시선을 내리깐 채 우리는 말없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자, 먹자구, 밤도 깊고 하니 오늘 저녁밥은 이걸로 때워야지 뭐.”
만찬의 시작을 선언하듯 아버지가 말하고 풀빵 하나를 통째로 입에다 넣었다. 그러고는 유리잔을 집어 들며 또 말했다.
“서양 사람들은 빵만 먹고 산다는데 우리라고 한두 끼 정도야 어떨라구. 시골구석에 백혀 있어 봐. 이런 재미가 어디 있나…….”
나는 풀빵을 하나 집어 한입에 냉큼 먹었다. 그것은 식어서 차고 딱딱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먹어댔다. 미적지근한 냉차로 목을 연신 축여 가면서.
비로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누나와 내가 해종일 찍어낸 것은 아버지가 기대하던 지폐가 아니라 역시 풀빵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또 생각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지폐를 찍어 내는 일에는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만찬을 끝낸 우리 가족이 성냥개비들처럼 나란히 드러누웠을 때쯤엔 고단한 이웃들의 숨소리가 판자벽을 낭자하게 넘어왔다.
- 이동하, 「장난감 도시」
[해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겪은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옴니버스 형식을 빌려 쓴 소설의 일부이다. 6ㆍ25 전쟁이 끝난 지 2~3년 후, 국민학교 4 학년이던 ‘나’는 가족과 함께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사를 온 뒤 겪는 가족사와 자신의 경험, 자기 주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글은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새벽 장터를 뒤져 버려진 온갖 푸성귀를 주워 생계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주인공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리고 있는 부분으로, 행위 묘사가 현실감을 주고 있으며 주인공의 어려운 삶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제]
가난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도시적 삶에 대한 추억
[전체 줄거리]
6ㆍ25 전쟁이 끝난 지 2~3년 후, 국민학교 4학년이던 ‘나’는 가족과 함께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된다. 고향의 국민학교에서 장래의 면장감이란 찬사를 받던 ‘나’와 가족들은 도시로 왔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궁핍한 판자촌 생활이 시작되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언제나 촌놈이라는 평판이며, 이사 와서 한 달 동안 ‘나’가 터득한 것은 도시 생활의 냉엄한 질서였다. 아버지는 풀빵 장사를 하나 실패하고 무슨 물건을 자전거에 실어 나르다가 경찰에 붙잡혀 가서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어머니는 생활고를 겪다 돌아가시고, 누나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는 등 이사를 온 뒤 다양한 아픔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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