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초등학교 5곳중 1곳, 전교생 60명도 안돼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9. 1. 8. 08:47

본문

728x90

인구절벽시대 초미니학교 증가
전남 49% 강원은 48%, 절반 육박


경북 청송군 부남초등학교는 전교생 22명의 '초미니 학교'다. 1970년만 해도 전교생이 500명 가까이 됐다. 농촌 인구가 줄고 저출산 현상이 겹쳐 지금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2002년부터는 담벼락을 맞댄 '구천중학교'와 통합 학교로 운영 중이다. 이곳 학생들의 하루는 도시 학교와 사뭇 다르다. 모든 학생은 스쿨버스로 등·하교한다. 아침이면 학교에서 40㎞ 떨어진 마을부터 스쿨버스가 한 집, 한 집 들러 아이들을 학교까지 실어 나른다. 스쿨버스를 여러 번 돌릴 여력이 없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오후 4시까지 방과 후 수업을 듣고 다 함께 버스에 탄다. 가장 멀리 사는 학생은 등·하교 45분씩 왕복 90분을 버스에서 보낸다.

학생이 적어 1·4학년과 2·5학년이 한 교실에서 한 담임에게 동시에 배운다. 이 학교 강인성(32) 교사가 "수학 시간에 첫 20분은 2학년 애들에게 구구단을 가르치고, 다음 20분은 5학년 애들에게 약수와 배수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도 이 학교가 부남면의 유일한 초등학교다. 같은 부남면에 있던 대전초가 2013년 폐교한 탓이다. 부남초까지 문을 닫으면, 이 동네 아이들은 막막해진다.

전국 초등학교 다섯 곳 중 한 곳(6285곳 중 1437곳·23%)이 부남초 같은 전교생 60명 이하 초미니 학교다. 농어촌 공동화와 저출산이 원인이다.

학교 유지 가능한 마지노선 '60명'

교육부는 '전교생 60명'이 학교가 기능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작으면 학교 문을 닫거나 분교로 운영하길 권한다. 부남초처럼 '그 동네 하나 남은 학교'는 전교생이 60명 이하라도 학교를 유지한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의 분석 결과, 전남은 전체 초등학교 절반(49%)이 전교생 60명 이하 초미니 학교였다. 강원(48%), 경북(44%), 전북(43%)이 뒤를 이었다. 충북, 충남도 전체 초등학교 세 곳 중 한 곳(35%) 이상이 60명 이하였다. 초미니 학교마저 문을 닫으면 해당 지역은 '초등학교 없는 동네'가 된다. 젊은 부모를 끌어들이려야 끌어들일 수 없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이 전국에 31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면에 학교가 한 곳뿐인 경우도 666곳이나 됐다. 전국 1184면 중 과반이다.

교육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게 이 대목이다. 정부는 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1982년부터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해왔다. 학생 수 25명인 초미니 학교 1년 예산이 5억3000만원이므로, 3000여 학교를 폐지할 경우 약 1조7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사회성 발달 안 돼" vs "특성 개발해야"

초미니 학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은 앞으로 두 세대 동안 우리나라 학령인구(만 6~17세)가 지금의 3분의 2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2017년 전체 인구의 12%→2065년 8%). 학령인구가 줄어 수십㎞ 원거리 통학이나 한 반에 두 학년이 수업하는 장면이 장차 소도시 학교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니 학교를 유지해야 하나, 다른 학교와 통폐합해야 하나. 통폐합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쪽에선 "학생 수가 한 학년에 10명도 안 되게 줄어들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말은 통합 수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한쪽 학년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대부분 고학년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초미니 학교 아이들은 사회성 발달과 학력 경쟁에서 다 같이 손해를 볼 위험이 높다는 경고다.

반면 초미니 학교마저 사라지면 지역 전체가 쇠락하게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원도 강현면 회룡초 라기정(37) 교사는 "초미니 학교에선 교사 한 명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고, 일방적 강의식 수업이 아닌 토론·발표식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생들의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통폐합은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학교를 유치원,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 수요와 연계해 복합 교육시설로 만들거나 저학년·고학년을 나눈 새로운 교육 모델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세미 기자 runa@chosun.com]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