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저는 그 뒤에 ‘여행을 위한 책 목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목록은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한 가지 축은 실질적인 정보를 주는 책으로 기차 시간표, 호텔과 식당 정보 같은 것들이 들어 있지요. 또 하나는 도시에 대한 수필이나 역사책들이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기나 안데르센의 여행기, 마테오 리치나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표해록> , <해유록> 같은 데서 출발해 결국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 관해 쓴 글은 소설까지도 모으게 되었습니다. 어떤 장소에 도착하는 법 자체보다 겉보기와 달리 숨겨진 이야기가 제 관심사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뚫고 나오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정신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제겐 더 많은 관찰과 더 많은 책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책들의 목록은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들을 결국 좀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실질적인 정보가 있는 책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거야말로 계속 업데이트되니까요. 저는 영원한 것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때부터 정보보다는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보로 변하는 세상이지만 저는 자신과 제가 좋아하는 것만큼은 정보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여행은 물리적 이동이 아니란 것, 결국은 정신의 여행이란 것, 그 깨달음은 제 여행기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일상을 뚫고 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는 것이었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도시도, 사람도 자식들을 삼킨 크로노스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좋은 여행기는 천일야화와 같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는 천일야화풍의 여행기 목록을 스스로 갖게 된 셈입니다.
자신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목록 작성법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 작성법이 있습니다. 책 속의 책을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좋아합니다. 나중에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를 읽다 보니 그는 어려서부터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을 좋아했고 실제로 삶에서 선택해야 할 때마다 허클베리 핀의 이 말을 읊조렸다고 합니다. “좋아, 지옥에는 내가 간다.” 저는 이 말이 <개인적인 체험> 에 나오는 주인공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곧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신곡> 또한 좋아합니다. 저는 <신곡> 도 읽어야겠다고 쭉 생각했는데, 미뤄 두던 <신곡> 을 읽게 된 계기는 현실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목록 작성법이 탄생합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에 따라 책을 찾아 읽는 겁니다. 천안함 사고가 났을 때였습니다. 텔레비전에 유족들이 나오는데 한 어머니만은 눈물을 꾹 참고 울지 않았습니다. 왜 울지 않느냐는 질문을 리포터가 던졌던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는 ‘내가 자꾸 울면 우리 아들이 좋은 데 못 간다고 해서…….’라고 말하면서 입술을 꼭 깨물며 눈물을 참습니다. 좋은 데는 천국이겠죠. 천국의 소망이 아니면 정말 위로가 안 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장례식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천국은 어떤 곳일까, 단테는 천국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결국 <신곡> 을 읽었습니다.
[해설]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_ 정혜윤
{해제}
이 글은 글쓴이가 자신만의 책 목록을 갖게 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글쓴이는 관심 있는 주제별로 책 읽기, 책 속의 책을 따라가기, 현실에서 궁금한 것을 책에서 찾아보기의 세 가지 방법으로 책 목록을 작성하여 독서를 실천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글쓴이는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인 여행과 관련된 책, 글쓴이가 좋아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과 관계되는 책, 천안함 사고로 갖게 된 천국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읽게 된 책 등을 소개한다.
{주제} 독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으로서 책 목록 작성법
{구성}
1문단 : 관심 있는 주제를 따라 읽은 책 소개
2문단 : 책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통찰
3문단 : 책 속의 책을 따라 읽은 책 소개
4문단 :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읽은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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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능과 내신을 준비하기 위해
2020 EBS <올림포스 독서> 기출 문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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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대비 객관식, 주관식 문제를 준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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