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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10대부터 60대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 매력적인 여성들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2. 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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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10대부터 60대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 매력적인 여성들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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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아 보고픈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여성 캐릭터들

글 | 이수진 극작가·공연 칼럼니스트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모두 26작품이며 그중 18개가 뮤지컬이다. <아나스타샤> <헬로, 돌리!> <시카고> <위키드> 등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8, <해밀턴> <디어 에반 한센> <북 오브 몰몬> 등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8, 나머지는 남녀가 거의 동등한 비율로 주연을 나눈 작품들이다.

브로드웨이에선 주요 관객층이 중년 여성들이다 보니 디바들 역시 강력한 티켓 파워를 지니며 고정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브로드웨이 작품을 올리는 가장 핵심 인물인 제작자들과 창작진 중에도 여성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 무대에 올라오는 소재도 여성 중심의 소재와 남성 중심의 소재가 거의 반반의 비율로 올라오고 있다.

뮤지컬 <워 페인트>의 주연 패티 루폰(왼쪽)과 크리스틴 에버솔.|<워 페인트> 공식 트위터(@warpaintmusical)

2017년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헬로, 돌리!>의 주인공 벳 미들러는 1945년생이며 그가 출연하던 회차의 맨 앞자리 암표 가격은 1만 불을 호가했다얼마 전에 막을 내린 뮤지컬 <워 페인트(War Paint)>의 주인공은 페티 루폰과 크리스틴 에버솔로 각각 1949, 1953년생이다. 두 배우 모두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 주연상을 두 번씩 수상한 베테랑이자 새 작품을 할 때마다 화제가 되는 디바들이다. 60대의 두 배우가 맡은 배역은 실존 인물이었던 헬레나 루빈스타인과 엘리자베스 아덴으로, 여성에게는 투표권조차 없던 시절에 당당하게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이민자 출신의 여성들이었다. 덕분에 브로드웨이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배역의 여성을 소재로 한 뮤지컬들이 풍부하게 꽃을 피웠다.
 
오랫동안 브로드웨이에는 너무 강력한 여자 등장인물은 관객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는 편견이 암암리에 존재해 왔다. 그러나 관객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의 취향은 제작자들이 가장 먼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연극은 남자 관객들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유독 여자 관객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남자 관객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남자 관객들을 잡으려는 제작자들의 몸부림에 의해 뮤지컬 <록키> 부부 관객을 노렸다는 <매디슨 카운티 다리> 등이 올라왔지만 처참한 흥행 실패를 맛봤다. 늘 그렇듯이 관객의 취향은 제작자의 머릿속처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즈비언 만화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펀 홈>.|<펀 홈> 공식 트위터(@funhomemusical)

대신에 아무도 흥행을 보장하지 못했던, 최초로 여성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펀 홈>은 토니상 작품상까지 받으며 선전했다. 영화나 클래식 음악계의 관객 남녀 비율이 거의 반반이고 남성 취향의 작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과 다르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여성 취향의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여성 관객들의 비중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러나 내용 면에 있어서는 연극에 비해 여성 배역들의 혁신성은 아직도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브로드웨이보다 여성 관객의 비율이 더 높고 연령대도 훨씬 낮은 편이지만 내용 면에 있어서는 여전히 수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제작자들의 절대다수를 남성들이 차지하면서 진정한 여성의 취향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여주인공 엠마(왼쪽)와 남자 주인공 지킬.|오디컴퍼니
한국에서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보다 더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를 쓴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들이 끊임없이 공연되는 것도 그러한 제작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남자 주인공들은 심각한 콤플렉스의 소유자들로, 소위 '큰 꿈'에 사로잡혀 파멸을 향해 나아간다. 반면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인 듯한 여주인공들은 그런 남자 주인공을 지고지순하게 따르고 기다리며 구원하는 존재들이다.

이런 배역들 가운데서도 오래전부터 우뚝 서서 자기 인생에 대해 당당한 목소리를 내온 여성 배역들이 있으니, 이들을 나이대별로 모아보았다. 물론 배우들의 나이는 배역의 나이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나이대의 배역과 그 배역을 연기할 더 넓은 나이대의 배우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보기를 원하는 관객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10대
뮤지컬 <헤더스>(2014)의 베로니카
베로니카(앞쪽)와 일진 그룹 '헤더스'|Broadway.com, Chad Batka의 사진.

<헤더스>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의 작곡가 래리 오키프가 음악을 맡았다. 고등학생인 베로니카가 학교를 휘어잡는 일진 그룹 '헤더스' 대항하면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회복해간다는 내용이지만, 그 과정에서 살인, 방화, 폭력이 어우러지는 컬트한 작품이다. 어깨에 한껏 뽕을 넣은 파스텔 색조의 80년대 패션과 우스꽝스러운 유행이 주는 오글거림이 덤으로 따라온다. 선악으로 명확하게 갈리지 않는 '정의의 사도'인 베로니카는 매우 매력적이다.
 

20대
뮤지컬 <원더풀 타운>(1953)의 루스 셔우드
<원더풀 타운> 2003년 공연의 에일린(왼쪽)과 루스.|playbill.com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두 번째 뮤지컬로, 미국의 오하이오 시골에서 각자 작가, 배우가 되기 위해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로 상경한 에일린 자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중 언니인 루스 셔우드는 유머감각 풍부하고 자기 고집이 강한 알토 파트의 노처녀로 설정되어 있는데, 작품이 초연된 해가 1953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봐도 너무나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라 놀랍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도 않고 자신이 반한 남자에게 아양을 떨기보다는 돌직구를 날리는 여성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인물이다.
 

30대
뮤지컬 <빅터/빅토리아>(1982)의 빅토리아 그랜트
영화 <빅터/빅토리아>의 줄리 앤드류스.|네이버 영화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했던 TV 뮤지컬 영화로 유명해진 작품이다. 메조소프라노 가수인 빅토리아는 가는 클럽마다 소프라노 가수만 원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굶어 죽기 직전에 이른 빅토리아, 게이 카바레의 디바였던 토드를 만나 남장을 하고 남자 카스트라토인 척 꾸며서 유명해지지만 정작 마음이 가는 남자를 만나게 되자 좌충우돌한다. 원작은 1933년에 개봉한 동명의 독일 영화로,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시니컬하면서도 혁신적인 면을 갖추고 있다. 주인공이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연기하는 작품이며, 굶어 죽기 직전에서 갑자기 유명 가수로 운명이 바뀌는 급격한 감정의 곡선을 연기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쥔 듯한 위치에 섰을 때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버전의 결말이 다소 아쉬운 게 흠이다.
 

40대
뮤지컬 <맘마 미아!>(1999)의 도나 셰리던
뮤지컬 <맘마미아> 한국 공연의 최정원(왼쪽)과 영화 <맘마미아>의 메릴 스트립.|신시컴퍼니, 네이버 영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뮤지컬 <맘마 미아!>의 주인공 도나. 말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여성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며 떠나간 남자에게 미련을 두지도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이 다시 찾아왔을 때엔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감정에 충실한 사랑스러운 여성. 현실에서는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판타지 같은 내용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인물이 바로 어딘가에 실제로 살아 있을 것만 같이 생생한 캐릭터, 도나다.
 

50대
뮤지컬 <집시>(1959)의 로즈
<집시> 2015년 공연의 이멜다 스턴튼.|<집시> 공식 트위터(@GypsyMusicalLDN)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이 탐내는 배역. 하늘 높이 치고 올라가는 소프라노 노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브로드웨이 유명 여배우가 되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려고 하는 극성 엄마, 연예계의 ‘매니저 엄마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작 딸이 유명해지자 자신의 삶은 어디에 있냐고 가슴을 치는 'Rose's Turn'은 노래 한 곡이 한 편의 드라마다. 딸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에 정이 떨어지면서도 현재의 유명한 자신을 있게 한 사람이라 애증의 존재다. 둘 모두의 입장이 다 처연하게 이해되는 훌륭한 작품이다. 배우들이 20대에는 딸인 루이즈, 40대가 넘어가면 엄마인 로즈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전설의 뮤지컬이기도 하다.

<집시> 2003년 공연의 버나뎃 피터스가 부른 'Rose's Turn' 축하 공연 영상.


60대
뮤지컬 <카바레>(1966)의 슈나이더 부인
뮤지컬 <카바레>의 슈나이더 부인(왼쪽)과 슐츠 씨.|<카바레> 공식 인스타그램(@cabaretthemusical)

나치가 판을 치기 시작하던 1931년의 베를린에서 당당하게 유태인인 슐츠 씨와 약혼하는 하숙집 주인이다. 자신의 집에 하숙하는 사람들을 무심한 듯 다정하게 돌보며 불의 앞에서 콧방귀를 뀌는 인물이지만, 결국 나치의 협박에 못 이겨 떠나가는 슐츠 씨의 등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젊다고 더 진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나이를 넘나드는 배역
뮤지컬 <드림걸즈>(1981)의 에피 화이트
영화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오른쪽).|네이버 영화

10대부터 30대까지를 연기한다. 1막에선 자신의 노래 실력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점차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러나 2막에선 그를 떠나 그 몰래 아이를 낳고 바닥을 치는 인생을 살다 절심함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새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강력한 인물이다. 물론 노래도 강력하다.

뮤지컬 <드림걸즈> 내한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나이를 넘나드는 배역 
뮤지컬 <위키드>(2003)의 엘파바와 글린다
브로드웨이 초연의 이디나 멘젤과 크리스틴 체노웨스(왼쪽), 한국 공연의 정선아와 박혜나.|Broadway.com, 설앤컴퍼니

10대에서 20대까지를 연기한다. 뮤지컬 <위키드>의 두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는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도 없는 각자의 선택을 보여주며, 그 선택이 모두 납득할만하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작품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이 배역들을 꿈꿔볼 듯하다.
 

나이를 넘나드는 배역
뮤지컬 <컬러 퍼플>(2005)의 셀리
영화 <컬러 퍼플>의 우피 골드버그, 뮤지컬 <컬러 퍼플>의 신시아 에리보.|네이버 영화, playbill.com

뮤지컬 <컬러 퍼플>의 주인공 셀리는 10대부터 50대까지를 연기한다. 그야말로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흑인 여성이 가부장적인 남편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양장점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성장시키는 셀리는 감정의 격랑을 오가는 인물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밖에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 군주처럼 군림하며 돈 주고 사온 아내인 셀리를 학대하는 모습을 통해 억압의 고리를 처연하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셀리의 통쾌한 복수가 짜릿한 사이다 한 사발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나이를 넘나드는 배역
뮤지컬 <스위니 토드>(1979)의 러빗 부인
러빗 부인을 연기한 배우들. 왼쪽부터 안젤라 랜즈베리, 패티 루폰, 전미도.|playbil.com, 오디컴퍼니

사실 러빗 부인의 나이는 미스터리다.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이 역을 맡아왔지만 극 중에서 나이가 언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초연을 맡았던 안젤라 렌즈베리 이후로 이 배역은 많은 여배우들의 고민거리였다. 욕망 덩어리 연쇄 살인마이면서 동시에 낯선 아이를 거두는 모성애를 지닌 복잡한 인물을 안젤라 랜즈베리는 너무나 편안하게 연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러빗 부인은 하나의 관점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때문에 패티 루폰은 섹시한 러빗 부인을, 일레인 페이지는 모성애를 강조한 상냥한 러빗 부인을 연기하는 등 어느 한 가지 면에 초점을 맞추는 면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러빗 부인은 많은 여배우들의 도전 욕구를 일으키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극작가 겸 공연평론가 이수진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를 본 이후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과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동시에 획득했다. 이후 한국 뮤지컬계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 '뮤지컬 스토리'를 썼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그리스' 등을 번역했다. '콩칠팔새삼륙' '신과 함게 가라' 등의 뮤지컬을 쓰며 여전히 무대 언저리를 헤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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