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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해도 외롭다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2. 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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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과 아네모네 등 꽃을 늘여놓고
가위로 다듬어가며 행사용 꽃꽂이를 준비했다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화병에 담기 직전
잔가지를 훑어 정리하던 그때,
손가락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얀 백합 꽃잎이 빨갛게 물들 만큼 피가 흘렀다.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기에 간단한 지혈 후 다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도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약국에서는 자칫 파상품이 될 수도 있고 빨리 아물지 않을 듯하니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덧붙였다

욱신거리는 손가락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어딘가에 살짝 닿기만 하면 손가락이 저릿했다


우리들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가끔 긁히고 상처를 받습니다.


'너는 참 쿨한 사람이야'

누군가가 가볍게 던진 나에 대한 평가가
나 또한 힘들 수 있다는 말을 결코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마음에 생긴 생채기.
이 상처는 옷에 남은 얼룩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냉장고 문을 열어 안에 있는 반찬을 하나둘 헤아려보는 것처럼
나만의 문을 열고 마음을 한 번 고요히 들여다보세요.

무심코 열어놓은 반찬뚜껑처럼
어떠한 상처와
어떠한 외로움이
내 안에서 말라가고 있을지
바라보고
다정한 손길을 남겨주세요.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의 안경숙 작가님은 사는 게 스산해질 때면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손을 움직여 노트 속 빈 공간을 채워가다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된다고 합니다. 알고도 못 본 체했던 상처도 견딜만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지 한 걸음 떨어져 일상을 바라볼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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