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로 산호 병들어
병원균 퍼뜨리는 매개 역할을
산호초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줄여주며, 다양한 산호초 해양생물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다.
산호초 생태계는 열대 우림과 더불어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이는 곳이다. 또한 아름다운 수중경치를 연출해 스쿠버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된다.
그렇지만 산호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오염으로 환경의 질이 떨어지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폭약을 터뜨리는 등 사람들의 활동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의 이동주택
요즘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다. 연안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전 세계 먼 바다에도 해류를 따라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한반도 면적 몇 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들을 만들었다.
죽은 바닷새의 위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다든지,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봉지를 해파리인줄 알고 먹는다든지 하는 환경 피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바다에 버려진 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호도 괴롭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이 병원균을 전파시켜 산호에 질병을 유발한다는 미국 코넬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2018년 1월 25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훼손된 산호 ⓒ 김웅서
현재 산호초는 기후 변화와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눈 내린데 다시 서리 내리는 격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도 산호초의 몸살을 거든다. 플라스틱 표면은 다양한 미생물이 달라붙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플라스틱 조각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미생물은 먼 곳까지 무임승차하여 퍼져나간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생물의 이동주택인 셈이다.
미생물 가운데는 산호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있다. 일례로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병뚜껑이나 칫솔에는 박테리아들이 많이 붙어산다. 이들 중에는 산호의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것들도 있다.
만약 떠다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호와 접촉하면 감염률은 4%에서 89%로 증가한다. 거의 20배가 늘어난다. 과학자들은 아시아 태평양 산호초 해역에 약 110억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조각 숫자는 향후 7년 사이 40%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호를 병들게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산호초를 만드는 돌산호는 탄산칼슘 성분의 단단한 골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말미잘을 닮은 아주 연한 몸이 있다. 플라스틱에 붙어 이동해온 병원성 박테리아는 연한 산호 조직을 파괴하고 공생하는 조류를 방해한다.
일단 산호 조직에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회복되지 않는다. 사람도 팔다리 조직이 죽기시작하면 자르는 것 밖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미얀마, 태국에서 159개의 산호초를 조사하였다. 거의 12만5천 개체의 돌산호에서 조직 괴사가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관찰하였다.
100제곱미터 면적 범위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숫자는 장소에 따라 달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0.4개로 가장 적었고, 인도네시아에서 25.6개로 가장 많았다.
일 년 동안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은 430만~1,270만 톤가량이다. 과학자들은 바다로 흘러들어 산호초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숫자는 2025년까지 157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이 플라스틱은 산호에게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운반할 것이다.
최근에 해양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풍화 과정을 거치면서 미세플라스틱 숫자도 엄청 늘어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야 수거라도 한다지만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눈에 띄지 않으니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먹이사슬을 통해 전체 해양생태계는 물론 우리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경관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 병원균까지 실어 나른다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글_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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