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윤리의 교차점, SSI(Socio-Scientific Issues)

SSI란 'Socio-Scientific Issues'의 이니셜을 이용해서 지칭하는 말로 ‘과학 개념이나 과학과정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을 소재로 하여, 과학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과학수업의 목표는 과학 지식의 전수나 과학적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현재사회에서도 이미 그러하지만, 미래 사회를 주도하게 될 과학적 소양인이라면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넘어 과학연구와 기술 개발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하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교실에서 추구할 과학교육의 목표는 현재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통해 설정되기 보다는 학생들이 살아 갈 미래 사회에서 벌어질 상황들을 예견하여 미리 준비시켜 주는 것을 일차적인 과학교육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날 과학수업에서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은, 기존 STS(Science-Technology-Society)에서 관심을 가져왔던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연관성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서서, 과학관련 사회적 쟁점에 대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상황마다 요구되는 과학적 의사결정능력을 함양하며 사회에서 벌어지는 과학과 관련한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는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Zeidler et al., 2005).

전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2009, 2015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도 ‘과학적 소양의 함양’이란 과학교육 목표가 설정되면서 수업에서 SSI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SSI 교육에서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생성하거나 구성하기 보다는 과학 지식의 활용하여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적합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종합하여 처리한다.

SSI는 이해관계와 계층 등에 따라 첨예한 갈등과 논쟁을 발생시키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 외에도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사회 전반의 가치와 연결된다. 과학과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과학적, 특히,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문제들로 개개인에게 다가오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SSI 수업에서는 그런 주제를 가지고 해결책들을 고려해보고, 가치를 판단하여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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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과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이익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윤리적인 요소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SSI 주제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요구하거나 찬성 혹은 반대의 의견으로 나누어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쟁점에 대한 복잡성이 전제될 때,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SSI 수업의 목적은 개인 의견의 옳고 그름을 가려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에 관한 다양한 입장을 모두 고려해보고 그에 따른 여러 관점과 자신에게 형성되어 나타나는 가치들이 반영되어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충동 약물 치료법’이 입법화된다면 찬성을 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제한적인 찬성을 하는지, 제한적인 찬성을 한다면 그 제한점은 무엇인지, 반대를 한다면 성범죄 처벌과 교정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내용으로 과학 시간에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다. 이 시간에는 생명 과학 기피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다양한 호르몬들의 이름과 기작을 흥미와 맥락속에서 찾고 알아 가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과 다른 의견들을 들을 기회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여 최선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형성되어 온 윤리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을 들여야 볼 수 있게도 될 것이다.

SSI 소재를 선정할 때 유의할 점

SSI 소재를 선정할 때 유의할 점은 과학적 지식 발달의 결과와 관련이 있으며, 학생들의 발달수준에 적합하고 너무 광범위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재가 적합하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서 SSI수업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주제들은 낙태 허용, 복제 아기, 인체 냉동 보존술, 안락사, 드론 사용 범위, 유전자 치료법 적용, 학습에 적용되는 인터넷 정보의 유용성, 유전자 변형 식품(GMO). 동물 실험의 명과 암 등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주제들은 대부분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가능하며,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관련 정보와 지식, 그리고 그런 정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사전 학습이 필요하다.

SSI 토론 수업 주제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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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 수업의 긍정적 효과

최근 과학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진 SSI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SSI에 대한 의사결정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SSI 수업은 올바른 인식과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지연(2012)은 예비과학교사 18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형성을 강조한 토론에서 과학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문제(SSI)의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인지적, 기술적, 정의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하였다. 문경원(2003)은 고등학교 1학년 46명을 대상으로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SSI)에 대해 웹 기반 토론학습을 한 결과 가치탐구 능력이 향상되고, 생명 윤리 주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졌다고 하였다. 정은영과 김영수(2001)도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SSI)을 교육과정에 도입하여 학생들에게 의사결정의 경험을 갖게 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특히 가치 탐구 교육에 적합한 수업모형 중 역할극 및 토론수업의 경우 가치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하였다. 정슬아(2013)는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중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생명공학과 관련된 인간복제, GMO, 인간유전정보의 활용의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총 12차시의 수업을 한 결과 이성적 의사결정 형태가 증가하고 감정적 의사결정 형태와 직관적 의사결정 형태가 감소함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성적 의사결정 형태가 감정적 형태와 직관적 형태보다 좀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형태라는 전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SSI 수업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수업시간에 소집단으로 나누어서 SSI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데, 과정은 먼저 소집단 내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기에 앞서 자신의 의견을 증거와 증거로 삼은 근거와 함께 정리할 수 있는 개인 학습 시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거꾸로 수업의 형태라면 조사 과제가 될 수 있다. 그 후, 소집단 내에서 본격적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발표자는 토론에서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적는 학습지를 완성하여, 소집단 간의 전체 토론 자료로 활용을 할 수 있다. 전체 토론 후에는 다시 소집단으로 돌아와 선택에 다라 반성적인 토론시간을 추가로 가진 연후에,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차희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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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업에서 SSI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

현재 과학수업에서 SSI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수업 주제가 과학 기술과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찬반의 의견으로 양분될 수 있는 쟁점이 되는 주제를 다루는 가운데, 올바른 인식과 바람직한 태도를 길러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토론 쟁점에 대해 긍정적 태도와 부정적 태도를 동시에 보이는 양면적인 가치 태도를 보인다(김희백 등, 1996).

미래 사회에 사는 시민들은 과학기술의 긍정적 효과를 통해 더 빠르고, 더 편리하며, 더 풍성한 사회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활을 누림으로써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과학기술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은 과학기술로 개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며 바르게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래 과학수업에서는 SSI 교육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글_ 차 희 영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

남부권 중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교원대)

출처_ 크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