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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호가 마이클리의 커버 배우였다? 대타에서 '주인공'이 된 스타들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6.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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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크레딧, 커버에서 주연으로

글 | 김효정·공연 칼럼니스트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 역시 까만 화면에 올라가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을 보며 힘들었을 메이킹 과정을 상상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크레딧이 흘러가는 걸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한 작품을 위해서 고생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짠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한다. 첫 부분은 주로 배우들이 차지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주연, 조연, 단역, 카메오 등으로 나뉘어 순서대로 등장한다.

공연은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보려면 프로그램북을 펼쳐보아야 한다. 그러나 극장에서 항상 라이브로 만나는 덕에 출연하는 배우들만큼은 마지막 커튼콜 무대에서 모든 면면을 볼 수 있다. 영화와 달리 가장 먼저 앙상블이 인사하고, 조연, 주연의 순으로 커튼콜 인사를 한다. 뮤지컬은 라이브 장르인 만큼 영화와 달리 조금 다른 개념으로 숨겨진 배역이 존재한다. 주연과 조연이 있고 앙상블이 있으며, 얼터네이트, 언더스터디, 스윙, 스탠바이라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커버 개념의 시스템이다. 주연, 조연, 앙상블은 어느 정도 들어 봤겠지만, 얼터네이트, 언더스터디, 스윙, 스탠바이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 당시 김소현은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외모와 크리스틴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확고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ㅣ 설앤컴퍼니
얼터네이트(Alternate, 이하 얼터)는 주연배우의 배역을 소수 회차 나눠 공연하는 사람으로, 예를 들어 한 주에 10회 공연이 있다면, 8회는 주연배우가 서고 2회는 얼터네이트 배우가 서는 것이다. 원 캐스트가 주를 이루는 해외 라이선스 공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장기간 공연동안 일정 회차를 보장받는다.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크리스틴 역을 주연배우 이혜경이 맡았는데, 이때 신인이었던 김소현이 얼터네이트 배우로 참여해 주 2~3회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2012년 장기 공연을 했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주연배우 정성화가 장발장을 맡았을 적, 당시 하루 2회 차 공연이 있었던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배우 김성민이 얼터를 맡아 무대에 올랐으며, 2014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바다, 서현이 스칼렛 역에 더블 캐스팅 되었을 때, 배우 함연지가 얼터로 50회 공연 회차 중 3회의 공연을 해냈다. 2015년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류정한과 김준수가 연기한 드라큘라 역의 얼터는 박은석이었으며, 당시 7회 공연을 한 후, 재연에서는 주연배우의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존 도우>에서 정동화가 맡은 월러비 역에 배우 황민수가 얼터로 열연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얼터의 관한 여러 에피소드 중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유명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엘 쿤체의 오스트리아 뮤지컬이었던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던 뮤지컬 <모차르트!>는 작품의 화제성만큼 캐스팅도 큰 기대를 모았다. 당시 뮤지컬 배우 임태경, 박건형과 더불어 가수 조성모를 파격 캐스팅했는데, KBS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촬영 중 왼쪽 발목뼈가 골절되며 뮤지컬 출연이 무산된 것. 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방안을 찾던 중, 프로덕션 조감독의 친척이었던 김준수(시아준수)와 연이 닿았고, SM엔터테인먼트와 분쟁 중이라 활동에 제약이 있던 JYJ의 김준수는 <모차르트!>에 출연하게 된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캐스팅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준수와 박은태 뮤지컬계의 두 스타를 배출하는 작품이 되었다. ㅣEMK 컴퍼니

 그러나 미리 스케줄이 조율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성모가 빠진 모든 회차를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다. 때마침 오디션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인 뮤지컬 배우 박은태를 연출가가 프로덕션에 추천해 얼터로 무대에 서게 했고, 그는 모차르트 역을 훌륭히 소화해 공연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박은태는 이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엘라자벳>, <프랑켄슈타인>, <도리안 그레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연에 발탁되며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홍광호는 2006년 뮤지컬 <미스사이공>에서 크리스와 투이의 언더를 맡고 있었으며, 한국인 최초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여 투이 역을 연기했다.ㅣ랑
언더스터디(Understudy, 이하 언더, 때로는 커버라고도 지칭하기도 하며 기량에 따라 순서를 정해놓기도 한다)는 보다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빛이 발하는 존재들이다. 평소에는 공연에서 다른 역을 맡다가, ·조연배우가 무대에 오르지 못할 피치 못할 상황이 생겼을 때, 주역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무대에 올라가는 상황 자체가 극적이다 보니,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에서는 이를 다룬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실제로 언더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에 띄어 대성한 배우들도 국·내외에 많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 리차드 기어는 1973년 뮤지컬 <그리스>의 주인공 대니의 언더스터디로 데뷔했으며,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조승우와 류정한의 언더로 김우형이 무대에 섰고, 같은 해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마이클 리의 언더는 홍광호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2015년 뮤지컬 <팬텀>에서는 크리스틴 역에 임선혜, 임혜영, 김순영이 트리플 캐스팅되었는데, 임혜영의 목컨디션에 이상이 생겨 이들의 언더였던 김지유가 무대에 섰으며, 2016년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을 맡은 가수 김윤아가 성대에 이상이 생기자, 언더였던 장은아가 투입되었고, 성실히 무대를 마친 두 사람은 업계에서 높게 재평가되었다. 2012년 뮤지컬 <레 미제라블> 초연에서는 조상웅이 마리우스를 맡았는데, 아파서 무대에 서지 못한 날 평소 졸리 역을 맡고 있던 이승원이 마리우스의 퍼스트 커버(언더)로 단 하루 마리우스가 되었다. 지난 4월에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영국 투어에서 투이 역의 세컨드 커버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배우 박영주가 투이 역을 맡아 맨체스터 관객들에게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투이를 잘 표현해 퍼스트 커버로 승격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주원은 뛰어난 역량으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언더에서 더블캐스팅으로 발탁되었으며,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는 다재다능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ㅣ화이트브라더스코리아
연습 땐 언더스터디였다가 공연에서는 더블 캐스팅이 된 케이스도 있다. 바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배우 주원의 이야기이다. 주원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언더였는데, 리허설 첫날 당시 멜키어 역의 김무열이 다리를 다쳐 대신 리허설에 오르게 되었고, 김무열과 차별화된 멜키어 연기는 제작자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더블 캐스팅으로 이름을 내걸게 되었다.
 
앙상블 배역을 맡은 이들이 언더로 갈 경우 그 자리는 누가 메울까? 바로 스윙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앙상블이지만 모두 배역이 있고 각자의 동선이 있으며, 대사와 노래, 춤이 존재한다. 따라서 많은 앙상블들의 스윙을 하려면 관록과 실력이 겸비되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미리 이 모든 것이 숙지되어 있는 댄스 캡틴이나 뮤직 캡틴이 주로 맡는 편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었던 여섯 명의 엔젤(남자앙상블)의 스윙을 배우 강동주가 맡았으며, 한선천이 부상을 당했을 때 나흘간 대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뮤지컬 <원스>에서는 총 10개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뱅크 매니저 역의 오정환이 남자 배역 4인의 스윙을 맡았다.

공연에 출연하지 않지만 대기하는 배우도 있다. 만약의 상황에 준비하고 있는 배우를 스탠바이(Standby)라고 일컫는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라이토 역의 스탠바이는 뮤지컬배우 이창용이었고, 2009년 뮤지컬 <쓰릴미>에서는 강하늘이 스탠바이를 맡아 두 배역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었다. 강하늘은 역으로 무대에 두 차례 올랐다. 또한, 아역들이 엄청난 체력을 쏟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스탠바이 빌리가 항상 극장에 출근해 공연이 끝날 때 까지 대기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주인공이 탭댄스, 발레, 아크로바틱, 플라잉까지 소화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큰 공연이라 항상 스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ㅣ신시컴퍼니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을 보면 플레이빌을 나눠주는데, 만약 그 날 급작스럽게 변동되는 캐스팅이 있다면 플레이빌 사이에 그날의 캐스팅을 별도로 인쇄해 추가로 넣어준다. 근래 국내 공연에는 주·조연에 워낙 멀티플캐스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얼터와 언더가 설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캐스팅 보드에서 보고 싶은 주·조연의 조합을 맞춰서 공연장을 찾는 것도 하나의 관례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공연은 전우애 못지않은 합과 우정이 존재한다. 멀티플 캐스팅도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다급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멀리 있더라도 급하게 달려오거나 공연장에 상주하며 혹여 모를 공연 준비를 하기도 한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출처] 올댓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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