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연기·연주가 어우러진 '비욘드 더 스코어' 공연으로
글 | 장지영·공연 칼럼니스트
다만 CSO의 경영진이 바뀌면서 ‘비욘드
더 스코어’는 2016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변화를 위해서라는 경영진의 발표에 대해 당시 음악계나 시카고 지역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신 ‘비욘드 더 스코어’는
CSO에서 막을 내린 뒤 세계 곳곳에서 다른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부활하고
있다. 서울시향도 그 대열에 섰다.
서울시향은
2018년 11월 9일 <서울시향의 비욘드 더 스코어: 셰헤라자데>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는 배우 박지일과 김수진이 각각 림스키-코르사코프와 내레이터로 출연한다.
그리고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아랍 세계의 설화가 영상으로 투사된다.
그동안 서울시향이 스토리를 가진 표제음악 한 곡을 선정해 배우의 연기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선보였던
<음악극장>에서 지휘를 맡았던 최수열(부산시향 상임지휘자)이 이번에도
함께 한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밀리
발라키예프, 세자르 큐이,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알렉산드르 보로딘과 함께 근대
러시아 음악을 확립한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에
속한다. 5인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지만
‘관현악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였으며, 1871년
27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가 된 이후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 뛰어난 제자들을 길러냈다.
귀족 집안 출신인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음악을 좋아하는 가족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 교육을
받았다. 10살 때 이미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해군 장교였던 22살 위의 맏형이 군함을 타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내준 편지를 통해 그는 바다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그는 해군사관학교 시절 오페라와 콘서트를 보러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음악 레슨을
받았다. 나중에 해군 제독이 되는 맏형은 그의 음악 레슨을
금지했다. 하지만 그는 18살 때 젊은 러시아 작곡가 그룹의 중심인물인 발라키예프를 만나면서 한층 음악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발라키예프는 큐이,
무소륵스키를 소개하는 한편 그에게 작곡을 계속하도록 권유했다.
3년 반 동안
유럽, 미국,
남미 등을 순회하는 함대 근무를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곡가로서 평가를 받기 시작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까지 됐다. 해군은 곧 퇴사했지만 해군 군악대 감독관의 역할을 오랫동안 맡았다. 그의 개성적이고 화려한 관현악은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한데다 군악대에서 관악기와 타악기를 마음껏
활용해본 경험 덕분이라는 연구도 있다.
<셰헤라자데>는 그가 작곡가로서 관현악 기법이 정점에 오른
완숙기인 1888년 작곡됐다.
1887~1888년은 그가 가장 다작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1887년 친구였던 보로딘이 세상을 떠난 뒤
미완성 상태의 유작 오페라 <이고르 공>을 완성시키는 작업을 맡았다.
<이고르 공>은 1890년 초연되는데,
<세헤라자데>는 그가 <이고르 공>을 작업하며
받은 동방적 배경의 영감이 <천일야화>로 이어지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흔히 ‘아라비안
나이트’로도 잘 알려진
<천일야화>는 아내의 부정을 목도한 뒤 세상의 모든 여자를 증오하게 된 샤리아르왕이 매일 신부를 맞이해
다음날 아침 죽이는 일을 반복하던 중 셰헤라자데라는 처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 1001일을 보내게 된다는 큰 줄거리로 이뤄져 있다.
여자에 대한 증오심이 점점 사라진 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셰헤라자데를 정식 왕비로 받아들인다. 1001일 동안 셰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이야기 안에는 각종 모험 끝에 부자가 된
‘바다의 신밧드 이야기’
등이 포함돼 있다. 주요 이야기 180편과 짧은 이야기 108편으로
된 <천일야화>는 당초 6세기부터
이야기들이 수집돼 15세기 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실재 세계와 가공의 세계가 뒤섞여 있으며,
작가는 한 명도 알려져 있지 않다. 18세기 초
프랑스어로 번역된 이후 유럽 각국에 알려졌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천일야화>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골라내 4악장으로 구성된 <셰헤라자데>를 작곡했다.
제1곡은 바다와 신밧드의 배, 제2곡은 칼란다르 왕자의
모험, 제3곡은 젊은 왕자와 공주,
제4곡은 바그다드의 축제, 바다, 청동 기사가 서있는 어느
바위에서의 난파라는 표제로 되어 있다. 하지만 2곡과 3곡의 경우
<천일야화>
속 어느 이야기와 연결되는지 불확실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도 자필 악보에 “작곡자는 어떤 환상담 하나를 그대로 묘사하려 집착하지 않았으며, 듣는 이가 연주에서 암시되는 이미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내버려 두고자
했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은 계속되는 2개의 주제가
매우 인상적이다. 하나는 샤리아르왕의 주제로, 금관악기의 강하고 거친 울림이
특징적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독주 바이올린으로 표현되는 셰헤라자데의 주제다. 이
두 주제는 작품 전체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며 하나의 통일감을 준다. 마치
아름다운 셰헤라자데가 풀어놓는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점점 변해가는 샤리아르왕의 마음이 표현되는 듯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헤라제데>는 188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됐을 때부터 찬사를 받았지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발레뤼스(‘러시아 발레단’이란 뜻)의 동명 발레
덕분이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셰헤라자데>라는 제목으로 오페라 서곡(1898)과 연가곡(1903)을
남겼다. 여러 작곡가들이 <천일야화>를 가지고 작곡을 했지만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와 나란히 서기 어렵다.
예술 애호가였던 러시아 귀족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는
1909년 타마라 카르사비나,
안나 파블로바, 바슬라프 니진스키 등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발레단 소속의 무용수들을 모아 파리에서 발레를 선보여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후 1929년까지 활동하는 발레뤼스에서
<셰헤라자데>는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였다.
19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발레 <셰헤라자데>는 <천일야화>의 시작에
해당하는 부분을 담고 있다. 즉 샤리아르왕이 사랑하던 아내 조베이다 왕비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베이다 왕비는 샤리아르왕이 동생 샤자만과
함께 사냥을 나간 사이 남자 노예들을 궁궐로 끌어들인다. 이때 샤리아르왕이
돌아와 노예들을 모조리 죽이고, 황금 노예와 쾌락에 빠졌던 조베이다 왕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파리의 관객들은 발레 <셰헤라자데>의 믿을 수 없는 테크닉과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안무를 맡았던 미하일 포킨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원곡 가운데 춤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3곡을 제외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미망인은 허락도 없이 남편의 곡을
일부 삭제한 것에 대해 항의했지만 발레 <셰헤라자데>가 워낙 인기를 끌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래식 음악
가운데 하나다. 피겨스케이팅 자체가 1860년대 발레 교사 잭슨 헤인즈가 발레에 기반을 둔 예술 동작을 고안했던 데서 비롯된 만큼
발레음악 또는 발레에 사용됐던 음악은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이다.
<셰헤라자데>는 <카르멘> <백조의
호수>와 함께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클래식
음악이다. 김연아를 비롯해 이토 미도리,
미셸 콴, 안도 미키, 아사다 마오 등 여자 싱글 선수들의 선택을 받았다.
또 주디 블룸버그-마이클 시버트,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등
아이스댄싱 선수는 물론이고 에반 라이사첵 등 남자 싱글 선수가 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피겨스케이팅을 위해 편집된 음악을 들으면
원곡은 같아도 선수마다 차이가 드러난다. 자신의 스케이팅 기술이나 표현력에
맞춘 안무에 따라 음악을 편집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의 비욘드 더 스코어: 셰헤라자데
2018.11.09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20분 (중간 휴식 15분)
기본가 1만 ~7만 원
출연
박지일, 김수진, 최수열, 서울시립교향악단
[출처] 올댓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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