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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물’‘불’ 누더기 대입제도… 내년에도 괴물 수능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12. 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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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킬러 문항

정권만 잡으면 전리품처럼 여기고 뜯어고치는 통에 대입 제도는 누더기가 됐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사교육을 키우는 ‘괴물’이 됐다. 역대 최고 난도로 드러난 이번 수능은 그간 누적됐던 대입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별 성적표는 5일 배부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4일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국어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제는 지양을 검토한다”며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탈(脫)고교 문항을 내고 ‘고교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했다면 풀 수 있도록 냈다’고 주장하자 비난이 들끓었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지양 검토’라곤 했지만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킬러 문항’은 과거에도 나왔고 앞으로도 출제가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가 수능 비중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내년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부터 대학들은 수능 점수로 신입생을 30~40% 뽑아야 한다. 킬러 문항은 상위권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한다. 대다수 고교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는 점, 즉 공교육으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며 수능의 치명적 결함이다.

난도 조절 실패는 연례행사다. 올해 불수능을 상징하는 숫자는 ‘18’이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 점수·150점)과 1등급 구분점수(132점) 차이를 말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며,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점수는 상승한다. 18이란 숫자는 상위권 내에서도 격차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수능도 난도가 낮지 않았지만 6점이었다. 수험생들은 전년도 수능과 6월, 9월 모의평가로 수능 난도를 가늠하고, 평가원도 두 모의평가로 수험생 수준을 파악하는데 엇나가기 일쑤다. 오락가락 난도는 대입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정권 특성이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수능의 힘을 빼던 시기에는 ‘물수능’, 정시를 강화하는 시기에는 ‘불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또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공존하는 기형적 구조다. 박근혜정부가 영어·한국사를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전 영역 절대평가 전 과도기적 성격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호환하려면 수능의 힘을 빼야 했다. 문재인정부도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절대평가 공약을 내놨지만 반대로 수능을 강화해버렸다.

변별력 때문에 상대평가 과목이 어려워진다. 학교 현장에선 학습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상대평가 과목 하나라도 망치면 만회할 길이 없다. 탐구영역에서 선택과목의 유불리에 따라 점수가 복불복인 점도 정상이 아니다. 진로·적성이 아닌 수능 점수 잘 나올 과목을 공부하도록 하는 비교육적인 상황이다.

국민일보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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