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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수업 따로 없는데, 체육 확대 하라고?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12. 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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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저학년 신체활동 늘리겠다"… 체육 진흥안 실효성 논란


초 2 자녀를 둔 장모(37)씨는 올 초 아이 학교 시간표를 보고 황당했다. 체육 시간이 일주일에 1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교육과정은 초등 1·2학년은 체육 시간이 별도로 없고, 음악·미술·체육이 통합된 '즐거운 생활' 과목을 일주일에 6시간 가르친다. 6시간 안에서 체육 활동을 얼마나 할지는 교사 재량이다. 초 3부터는 체육을 별도 과목으로 일주일에 두 시간씩 배운다.

장씨는 "아이가 '즐거운 생활' 시간엔 주로 그림 그리거나 만들기를 한다고 하더라"면서 "학교가 체육을 충분히 안 가르치니 엄마들이 축구나 줄넘기 같은 운동까지 학원 보내는 거 아니냐"고 했다.

어린 시절 신체 활동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학교에서 체육 활동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늘리기 위한 '2차 학교 체육 진흥 기본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 재탕 수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학교 체육 시간은 외국에 비해 짧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 전체 수업 시간 대비 체육 시간 비율은 7%로, 프랑스(13%)·독일(11%)·일본(10%)보다 낮다.

교육부는 26일 "초등 1·2학년 신체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생활' 시간에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2020년에 보급하겠다고 했다. '몸으로 개나리꽃 표현하기'를 예로 들었다. 또 초등학교 3·4학년에 시행 중인 '생존 수영'을 2020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학교는 현재 주당 2시간씩 편성된 '학교스포츠클럽'을 1시간으로 줄이고, 그만큼 체육 교사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장 학교 현장에선 "실효성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정책이 학교에 '권고'하는 수준이고, 생존 수영 등은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란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 신체 활동을 늘린다면서, 교육과정은 그대로 두고 수업 자료만 개발하는 데 그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인천대 박정준 체육교육과 교수는 "전 연령대에서 신체 활동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등 저학년의 체육을 '통합교과' 중 하나로 넣어두고, 교사들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등한시한다"면서 "체육 수업을 '국어' '수학'처럼 별도 교과로 떼어내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가 가장 골머리 앓는 '미세 먼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와 유치원에 '미세 먼지 수준이 나쁨 이상이면 야외 활동을 금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올해 1~11월까지 17개 시도별로 일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이나 '매우 나쁨'이었던 횟수를 다 더하니 294번이었다. 서울 강동구 한 초등교사는 "최근 아이들 신체 활동이 특히 줄어든 건 미세 먼지가 나쁜 날이 많아 운동장에 나가기 어렵고, 저학년은 고학년에 치여 체육관 배정도 못 받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다 제쳐 두고 대책 내놓는 게 무슨 소용 있느냐"고 했다.

체육 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해 강사가 진행하는 '스포츠클럽활동'을 정규 수업으로 대체하라는 대책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한 고교 체육 교사는 "예전엔 학교스포츠클럽을 장려하더니, 이젠 정규 교사가 해야 체육 활동이 내실화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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