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말에서 어미는 높임법, 시제, 문장의 유형, 문장의 확대 등 여러 가지 문법적인 기능을 실현하는 데 쓰인다.
어미는 홀로 쓰일 수 없다는 점에서 조사와 함께 의존 형태소로 묶이는데, 이 둘은 이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체언에 조사가 결합할 때 다양한 이형태를 가지는 것처럼 어간에 어미가 결합할 때도 다양한 이형태를 갖는다. 예를 들어 어간의 모음이 양성 모음인지 음성 모음인지에 따라 ‘-아/-어’, ‘-오/-우’ 등이 선택되며, 어간이 자음으로 끝나는지 모음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매개 모음의 결합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조사와 달리 어미를 단어로 인정하여 별도의 품사로 설정하지 않는 것은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언제나 어간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형태론적 특징 때문이다. 일례로 조사는 생략할 수 있지만, 어미는 생략할 수 없다. 조사는 선행 요소와 분리되기 쉽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로 인정되지만, 어미는 어간과 결합하여야만 단어로 인정된다.
어미는 일반적으로 어간 뒤에 자유롭게 결합하여 쓰일 수 있지만, 어미에 따라서는 쓰임에 몇 가지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는/-ㄴ다’, ‘-아라 /-어라’, ‘-자’처럼 동사와만 결합하고 형용사와 결합하지 않기도 하고, ‘-고자’, ‘-으러’처럼 선행 절과 후행 절의 주어가 같아야 하는 제약을 가지기도 하고, ‘-거든’처럼 뒤에 평서문이 오면 어색한 경우와 같이 문장의 유형이 제약되기도 한다.
중세 국어의 어미도 현대 국어의 어미와 같은 체계로 분류할 수 있으며, 현대 국어의 어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법 범주를 실현하는 데 쓰였다. 그럼에도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중 선어말 어미에 나타난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높임의 선어말 어미의 경우 현대 국어에는 주체 높임의 ‘-(으)시-’, 객체 높임 또는 화자 겸양의 ‘-오-/-옵-’이 있지만, 중세 국어에서는 주체 높임의 ‘-(/으)시-/-샤-’, 객체 높임의 ‘--/--/--’, 상대 높임의 ‘--’가 있어 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은 현대 국어에 ‘하시옵고’ 등에 흔적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합니다’ 등 상대 높임의 어미의 일부로 변하였다. ‘--’는 현대 국어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상대 높임은 종결 어미를 통해 실현된다.
현대 국어에는 쓰이지 않는 ‘-거-/-어-’, ‘-오-/-우-’ 등과 같은 선어말 어미가 사용되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확인을 나타내는 ‘-거- /-어-’의 경우 타동사에는 ‘-어-’, 형용사, 자동사에는 ‘-거-’가 쓰였다. 화자나 대상의 의도를 나타내는 ‘-오-/-우-’는 모음 조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서술격 조사 뒤에서는 ‘-로-’로, 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 ‘-시-’와 만나면 ‘-샤-’로 바뀌었다.
현대 국어와 같이 중세 국어에서도 하나의 어간에 여러 개의 선어말 어미가 결합하여 쓰이기도 하였다. 이 경우 선어말 어미의 순서는 현대 국어에서는 ‘가시었겠더구나’에서처럼 ‘높임-시제-양태-회상’의 일정한 순서로 결합하지만, 중세 국어에서는 ‘더시니’처럼 시간의 선어말 어미가 높임의 선어말 어미 앞에 쓰이기도 하였다.
<보기>
국어의 어미는 위치에 따라 선어말 어미와 어말 어미로 나뉜다. 어말 어미는 단어의 맨 뒤에 놓이는 어미이고, 선어말 어미는 어간과 어말 어미 사이에 놓이는 어미로, 높임 관련 선어말 어미와 시간 관련 선어말 어미로 나눌 수 있다. 어말 어미는 종결 어미, 연결 어미, 전성 어미로 나누어지는데, 종결 어미는 문장을 종결하는 기능을 하며 상대 높임을 실현하고, 연결 어미는 절을 연결하거나 본용언과 보조 용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전성 어미는 용언의 어간에 붙어 그 용언이 다른 품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어미로 명사형, 부사형, 관형사형 어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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