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일본 버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글 | 장지영·공연
칼럼니스트
일본 도쿄에 있는 1500석 규모의 도쿄국제포럼 C홀에선 지난 2018년 2월 3일부터 우메다예술극장의
뮤지컬 <마타하리>가 공연 중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간첩으로 처형된 무희 마타하리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오사카에 기반을 둔 우메다예술극장이
제작해 2018년 1월 21~28일 오사카 공연을 마친 뒤 도쿄(~2018년
2월 18일까지)로 온 것이다. 일본의 여성
연출가 이시마루 사치코가 연출을 맡았으며 마타하리 역에 유즈키 레온, 라두
대령 역에 사토 다카노리, 아르망 역에 히가시 게이스케 등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히 팬층이 두터운 스타 배우 가토
가즈키는 아르망과 라두 대령을 번갈아가며 소화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에서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공연한 동명의 한국 창작 뮤지컬을 일본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한국의 대형 창작 뮤지컬이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도호와 호리프로가 공동제작한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주로 소개해온
EMK는 4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첫 창작 뮤지컬로 <마타하리>를 선보였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가 아이반
멘첼, 연출가 제프 칼훈,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등이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참여했다.
초연 당시 화려한 무대 세트와 마타하리의 춤 등 볼거리가 넘치지만 스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연은 영국 베테랑 연출가 스티브 레인을 투입, 1차 세계대전이라는 위험하고 참혹한 시대 배경을 강화하는 한편 드라마의 짜임새를 견고히
했다. 또한 기존 넘버들을 새롭게 배치해 음악의 완급을 조절하고 미공개
넘버들을 넣어 극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우메다예술극장이 제작한 일본 버전은
EMK의 지난해 재연 버전을 바탕으로 했다. 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구입하는 스몰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일본 버전 <마타하리>는 당연히 한국 버전과 다르다.
먼저 소박하고 상징적인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버전은 뒷 배경막에
전쟁의 음울함을 상징하는 듯한 거대한 구름 아래쪽으로 전쟁으로 폭격을 맞아 부서진 건물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장면마다 스태프들이 작은 세트를 이동시킨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대 앞쪽 중간 정도에 가로로 줄들을 달아서 다양한 배경으로 활용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면 전환을 위한 커튼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프랑스와 독일이 배경일 땐 각각 프랑스
국기와 독일 국기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재연은 초연보다 무대가 훨씬
심플해졌지만 일본 버전에 비하면 화려한 편이었다. 덕분에 일본 버전은 한국
버전에 비해 제작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볼거리 면에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게다가 커튼 같은 막이 줄에 매달려 이동할 때마다 ‘차라락 차라락’ 소리가 나서 무대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나마 일본에서 공연된 한국 뮤지컬 가운데
<사랑은 비를 타고>
<빨래> <블랙 메리
포핀스> <셜록
홈즈> 1·2 등 현지
제작사가 라이선스를 구입해 제작한 작품들이 흥행과 비평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도호와 호리프로가 공동제작한 첫 대극장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대표적이다.
현지 제작사가 팬층이 두터운 배우들을 기용하는 한편 일본 공연계 시스템에 맞게 9개월~1년간 지속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한 덕분이다. 앞서 대부분의 한국 뮤지컬이 제대로 된 홍보와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지금도 아이돌을 기용해
3~4일 정도 도쿄나 오사카에서 짧게 소극장을 대관해 공연하는 한국 뮤지컬이
있지만 아쉽게도 현지 주류 뮤지컬 팬에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이들 현지화된 작품은 적자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대
세트 등을 소박하게 만들어 제작비를 아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켄슈타인>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무대
세트를 자랑하던 한국 버전과 달리 폐허가 된 건축 구조물로 된 원 세트 무대를 회전시켜 극중 배경을 만들어냈다.
우메다예술극장의 오카다 가즈코 프로듀서는
“<마타하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고 티켓 판매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라면서 “이번 공연의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오사카와 도쿄를 합쳐 전체 상연 횟수가 29번인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마타하리> 같은 공연의 경우 제작에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지만 기획이 매우 중요하다. 캐스팅과 관련해 실력파 배우인 가토 가즈키가 아르망과 라두 대령을
번갈아가며 소화하는 게 우리 프로덕션만의 매력이다"라고 덧붙였다. 가토 가즈키는 유난히 한국과 인연이 깊은 배우로 2012년 <커피
프린스>, 지난해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올해 <마타하리>까지 한국 뮤지컬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 3편에서 주역을 맡았다.
1900석의
대극장과 900석의 중극장을 가진 우메다예술극장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공연계의 주요 제작사 가운데 하나이며 배우 매니지먼트도 겸하고 있다.
일본의 거대 기업 한큐한신도호그룹을 구성하는 한큐한신홀딩스, H2O리테일,
도호 가운데 한큐한신홀딩스의 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여성들만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카라즈카 가극단도 한큐한신홀딩스 소속이다.
그리고 우메다예술극장은 일본에서 영화 및 공연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로 정평이 나 있는 도호와는 협력
관계다. 이번 <마타하리>의 도쿄 공연 역시 도호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오카다 프로듀서는 “우메다예술극장은 지난 2012년 재일 한국인 극작가 정의신이 쓰고 한‧일
배우들이 출연했던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을 공동제작한 적이 있지만 한국 뮤지컬을 라이선스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마타하리>가 처음”이라면서 “<마타하리>를 서울에서 봤을 때 제1차 세계대전 속에서 사랑을 위해 스파이로 나선 마타하리의 드라마틱한 삶, 프랭크 와일드혼의 로맨틱한 음악이 어우러져 일본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처음부터 한국 뮤지컬 제작사와 협력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에선 오는
10~11월 도호가 EMK 버전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도쿄 제국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에서도
공연될 예정인 이 작품은 원래 도호가 ‘빈 뮤지컬’의 거장인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를 기용해 2006년 제작한 것이다. 하지만
EMK가 2014년 한국에서 이 작품을 올리면서 도호 버전의 대본과 음악 등을 80% 이상 뜯어고쳤다. 이후
쿤체-르베이 콤비,
도호와 재협상을 벌여 EMK 버전이 공연될 경우
로열티를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EMK는 지난 2016년 헝가리에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공연되면서 로열티를 받은 바 있다.
이번 도호 버전은 EMK 버전을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덕션 연출가였던 로버트 요한슨 등 크리에이티브팀이 대부분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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