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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2001년, 2019년 과학기술 넘나들기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2. 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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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2001년, 2019년


과학기술 넘나들기(48)








내년인 2019년은 1980년대에 나온 유명 SF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배경이 되는 해이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SF영화이나 소설에서 그렸던 미래의 그 시점에 도달해서 현실과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롭고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미 그런 해를 두 차례나 맞은 적이 있는데, 바로 1984년과 2001년이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1949년에 컴퓨터와 같은 첨단과학기술이 인간을 억압, 감시하고 세뇌하여 지배하는 오세아니아라는 가공의 전체주의 나라를 묘사한 소설 ‘1984년’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소설은 미래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한 데, 조지 오웰이 먼 훗날이라 생각했던 1984년도 이미 30년이 더 지났지만, 그가 여기서 처음으로 등장시킨 독재자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존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정보기관 등의 불법 도감청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전세계적 도감청망인 에셜론(Echelon)은 ‘21세기의 빅 브라더’라 불리기도 한다.






 


전세계적인 도감청망인 에셜론의 안테나. ⓒ Free Photo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영국이 함께 시작한 국제 통신 감청망에 1970년대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거의 전 세계 모든 종류의 통신정보를 수집, 분석, 공유하는 세계 최대의 통신정보 감청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웬만한 공공장소와 건물,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는 물론 범죄 예방 효과가 크고 범인을 발견하고 체포, 수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 시민들의 초상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늘 함께 거론된다.




최고의 SF작가 중 하나로 꼽혔던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 1917-2008)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SF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는 1969년에 선보였다.






 


2001년스페이스오딧세이에 나오는 우주정거장. ⓒ Free Photo






이 영화는 미래 기술의 예측만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인간의 존재 근원을 찾는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SF뿐 아니라 전 장르를 통틀어서도 역대 가장 우수한 10대 영화 안에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약 30년 뒤의 모습으로 그렸던 2001년은 결과적으로 현실을 너무 뛰어넘어 과대하게 예측된 셈이 되었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하게 실현된 기술은 당시 이미 시제품을 선보였던 화상전화기와 개인용 비디오, 음성인식 보안장치 등에 불과하다.




특히 1969년 당시는 아폴로 우주선에 의한 인간 달 착륙이 막 이루어지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우주개발 및 관련 기술에 대한 묘사가 무척 과감하였지만, 2001년에서 17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도 예상대로 실현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의 디스커버리호는 인간을 태우고 가서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우주선이지만, 달을 제외한 천체와 행성의 탐사는 무인우주선을 통하여 이루어졌을 뿐, 인류는 여전히 목성보다 훨씬 가까운 화성에도 아직 가보지 못하였다.




영화에서는 행성 탐사를 위한 달 기지와 중간기착지인 우주정거장의 시설이 호텔처럼 넓고 쾌적하지만, 현실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10명도 안 되는 우주인들이 부대끼면서 연구와 실험, 관측 등을 수행해야만 하는 비좁은 공간일 뿐이다. 달기지 건설 역시 여전히 계획일 뿐이다.




몇 년 이상씩 걸리는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인공동면 역시 유망한 기술이겠지만, 아직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몇 시간 내의 저체온법 수술 정도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은 승무원과 대화를 나누며 체스를 두는 모습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실의 인공지능 컴퓨터는 2001년 무렵에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데 이어서, 인간을 능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였던 바둑에서도 드디어 세계 최고수를 이기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영화의 HAL9000은 비밀임무와 관련된 모순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승무원을 살해하지만, 미래의 인공지능조차도 자의식과 아픔을 느끼고 인간의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늘 우중충한 하늘에 산성비가 내린다. ⓒ Free Photo






작년에 속편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된 바 있지만, 1982년에 제작된 원작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 1928-1982)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수많은 SF팬들의 열광적 관심과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19년의 미국 로스엔젤레스(LA)로서, 첨단기술과 폐허가 공존하는 특유의 사이버펑크(cyberpunk)적인 분위기이다.




영화에서 LA의 하늘은 대기오염의 영향 등으로 우중충하며 늘 산성비가 내리고, 수백 층의 건물들 사이로 작은 우주선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자유롭게 지나다닌다. 수명이 8년 정도로 짧게 설정된 안드로이드(복제인간)들은 우주식민지 개척 등에 동원된다.




그러나 내년으로 다가온 2019년의 LA가 영화처럼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주식민지는 아직 먼 이야기일 뿐이고, 복제인간은 과학기술의 차원을 떠나서 윤리적 측면에서도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하게 하는 대도시의 모습. ⓒ Free Photo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출처_ 사이언스올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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