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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굶을 사람 찾아요" 요즘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이것은?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20. 8. 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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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말라 도전 중. 더 힘내서 개조여야지. 같이 굶을 분? 프로아나 모여라”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여기에서 ‘개말라’는 극도로 마른 몸매, ‘조이다’는 살을 뺀다는 뜻이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들은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망해 무작정 굶거나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는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다. 변비약이나 이뇨제, 식욕억제제 등의 약을 습관적으로 먹기도 한다. 거식증의 생활 방식을 지지하는 프로아나족은 단순히 날씬함을 넘어 ‘뼈말라’, ‘개말라’를 추구한다. 뼈가 드러나도록 마른 몸매를 원하는 것이다.

최근 10~20대 여성 중심으로 프로아나가 유행이라고 한다./MBC '뉴스데스크' 캡처

최근 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프로아나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프로아나’, ‘개말라’,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식습관을 공유하거나 정보를 주고받는다. 또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오픈채팅방 등에서 함께 체중을 감량할 사람을 찾거나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뼈말라가 되고 싶어요. 같이 굶을 분 구해요” “먹고 싶어 하면 욕해주세요” “살찔 바엔 죽을래요. 목표 체중은 37kg입니다" “발목이 한 손에 잡히는 게 너무 부러워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가 가장 잘 나오는 자세나 부모님께 들키지 않게 토하는 법, 학교 급식을 먹을 때 티 안 나게 빨대로 뱉어내는 법 등을 공유한다. 또 입에 손을 넣어 토한 후 손등에 난 이빨 자국을 찍어 인증하기도 한다. 

SNS 등에 '프로아나', '개말라'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물이 나온다./트위터 캡처

프로아나족은 서로 현재 체중, 목표 체중 등을 은어로 적어놓고 소통하고 있었다./MBC 뉴스 방송 캡처

프로아나족은 무작정 굶거나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를 하면서 살을 뺀다. 변비약, 이뇨제, 식욕억제제 등 약을 먹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보통 자신의 프로필이나 게시물에 신장과 현재 체중, 목표 체중 등을 그들만의 은어로 적어놓은 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H=148, SW=40, GW=31,UGW=27’은 키(H)는 148cm,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체중(SW)은 40kg, 현재 체중(GW)은 31kg, 목표 체중(UGW)은 27kg라는 뜻이다.
 
최근 ‘프로아나 8계명’이라는 글이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글쓴이는 프로아나에게 먹을 거 따윈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름진 음식은 벌 받을 각오하고 먹어라’ ‘무조건 말라야 한다’ ‘살 빼는 게 사는 길, 찌는 건 죽음이다’ ‘혀를 면도칼로 베어서라도 먹지 마라’ 등 프로아나가 지켜야 할 8가지 규칙을 적기도 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프로아나의 8계명'이라는 글./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10~20대의 어린 프로아나족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10대 여성 청소년 중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앓는 환자가 2016년 547명, 2017년 625명, 2018년 693명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2017년 기준 체중감소를 시도한 10대 여성 청소년 중 설사약 복용이나 식사 후 구토 등을 한 적이 있는 경우가 23%에 달했다. 

방송에 나와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하는 연예인들./MBC 방송 캡처

이들은 마른 여성 연예인이나 해외 모델들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자극을 받고 있었다. 한 모델의 갈비뼈가 드러난 신체 사진을 보고 워너비 몸매라고 하기도 했다. 프로아나족이 생겨난 배경에는 미디어 등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에서 마른 몸매인 연예인의 다이어트 비법 등을 부각하면서 사회적으로 날씬한 여성, 마른 몸을 강박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예인 식단으로 자주 언급되는 가수 아이유는 하루에 사과와 고구마 1개, 단백질 셰이크 1잔을 먹는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 방송에서 "운동하면서 쓰러지지 않을 정도만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이태임도 공백기 동안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하루에 밥 세 숟가락만 먹었다”고 말해 화제였다.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거식증 논란이 일었던 가수 유이는 뱃살 악플 이후 8년간 하루 한 끼만 먹으면서 44kg까지 뺐다고 했다.

프로아나족은 마른 여성 연예인이나 해외 모델들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자극 받고 있었다./MBC 뉴스 방송 캡처

이러한 미디어 등은 신체 변화에 민감한 10~20대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아 방송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마른 몸매를 동경하고, 그게 곧 미적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집단적인 성향이 강해져 다이어트를 하는 또래를 보고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아나족들의 행동을 일명 거식증이라고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전형적인 증세라고 본다. 체중 감소를 위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대표적인 섭식 장애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빈혈·탈모·생리 불순 등은 물론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청소년기는 뇌 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시기로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격적 문제나 강박 장애 등 정신적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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