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창의력은 연구의 주제라기보다는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만든 내 삶의 은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나는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이라는 팔공산 밑의 가난한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서, 서른세 살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개인(특히 여성)이 자신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을 억제시키는 유교 문화 전통 때문에, 어린 시절 내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픈 이루어 질 수 없는 갈망 때문에 힘들었고, 솔직히 어떤 잠재력이 내게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신 어머니와 중학교 선생님들의 격려로, 또 우리 집 가까이 팔공산에 주둔했던 미군들의 선물 덕분에 나의 조그마한 창의력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마침내 수십 년 후에 전 세계를 위하여 창의력에 대한 정열의 불길을 태울 수 있게 되었다.
1978년 12월, 중학교 1학년 말에 전체 1등을 한 나는 2등을 한 아이와 함께 미군들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내게는 단추가 반짝이는 군복을 입고 큰 입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그 미군들이 마치 거인처럼 보였다. 그 중에 한 명이 우리 둘에게 돈이 들어있는 하얀 봉투를 각각 주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저렇게 거대하고 힘이 세 보이는 미군들이 왜 우리에게 이런 것을 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때까지 그 누구도 우리에게 장학금 같은 것을 준 적이 없었다). 그때 미군들이 찍어준 신기한 폴라로이드 사진은 내 생애 첫 사진이었다. 나는 그 사진을 내 보물 상자 속에 고이 넣어두고 사진 속 형체들이 거의 사라져버린 후까지도 수없이 꺼내서 보고 또 보곤 했다.
이 작은 선물로 인하여 내 삶은 바뀌었다. 부모님은 내가 받았던 그 당시에 30만 원 정도의 장학금을 모두 내가 공부하는 데에 사용하셨다. 먼저 내가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2시간여의 통학시간을 줄여줄 자전거와 편안한 휴식을 줄 수 있는 침대를 사주셨고, 내 영어 공부를 위하여 녹음기와 영어 카세트테이프, 영어교재도 사주셨다. 남은 돈으로는 새끼돼지 다섯 마리를 사서 그 새끼돼지의 새끼의 새끼를 수없이 팔아서 내 고등학교 학비로 사용하셨다.
아마도 그 미군들은 그들의 작은 정성이 나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모를 것이다. 선생님들은 내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우리 고장의 가난을 벗어나서 언젠가는 나와 같은 가난한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라고 격려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뉴스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본인의 의지나 정성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한 위인들의 삶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명의 학생이든, 한 명의 교사든, 또는 한 명의 학부모이든, 아니면 내가 모르는 그 누구일지언정 매번 이들을 교육하고 이끌 때 마다,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학업 면에서는 목표와 자신감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고, 또 내가 정상인지 아니면 이상하거나 특이한 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어릴 때는 교회 전도사님들께 왜 우리나라 사람들 대신에 유대인들이 선택된 백성이 되었는지, 왜 하나님이 하필이면 “남자”의 갈비뼈를 빼서 여자를 만들었는지 등등의 질문을 했고, 심지어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에도,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결례인지 모르고 교수님들에게 질문을 하다 왕따가 된 적도 있었다. 마치 동그라미 모양의 구멍에 네모 하나를 쑤셔 넣으려는 것과 같이 나의 네모난 모서리를 억지로 깎아내서 다른 한국여성들 같은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려고 애썼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교사였을 때조차도 나는 공부를 잘하고 말을 잘 듣는 학생들보다는, 이상하거나 난데없는 질문을 해서 문제아라 낙인이 찍힌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갔다. 그러나 내가 관심이 있었거나 좋아했던 것들은 모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남과 다르거나 튀는 것을 억누르는 유교 문화적 풍토와는 잘 맞지 않았다. 한참 뒤에 미국에서 창의력에 대해서 깊이 연구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이것이 그 당시 내가 살던 곳에서 중시하던 문화적 가치와 창의력 간의 갈등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됐었다.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십 년 동안 한 이후에, 나는 네 살과 아홉 살짜리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 도착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가 웃다가 울고 또 슬프다가도 웃음이 나는 희비극적인 모험, 임기응변의 연속이었다. 자라온 환경과 전혀 다른 먼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늘 힘들고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계발하는 온갖 연구를 계속해 오면서, 내가 얼마나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실수와 잘못을 했는지 끊임없이 깨닫고 또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실수를 어떻게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 동안의 개인적인 경험과 오랜 창의력 연구결과를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거나 또 나와 같이 자녀의 창의성에 관심을 갖고 양육하는 한국의 부모와 교육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지금까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창의력과 창의적 위인에 대해서 연구를 해왔으며, 창의력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연구를 했고, 15년 동안 수많은 연구 논문들을 발표했다. 내 책에서 (통계나 이론이 아닌) 창의적 위인이 되는 과정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환경과 조건들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했고, 또 그것을 누구나 창의력을 계발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30여 년 동안의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창의력(creativity)이 어떻게 창의적 성공(innovation)으로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의 세 가지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틀을 개발할 수 있었다.
1) 창의적 풍토 조성하기
2) 창의적 태도 기르기
3) 창의적 사고력 적용하기
[이미지출처] 구글
한 개인이 타고난 창의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도록 잘 키우는 것과 같다. 창의적 풍토를 조성하고, 창의적 태도를 키워서, 창의적 사고력을 적용해서 창의적 성공을 이루는 이 세 가지 단계는 나무 키우기에 비유되며, 이것은 네 부분에 걸쳐서 설명된다(4S). 산촌에서 과일농사를 짓는 부모님들을 보고 자라면서, 나는 나무가 튼튼하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자라게 하는 여러 가지 필수 조건들, 즉 다양한 토양(soil), 따스한 햇살(sun), 거센 비바람(storm), 충분한 시간과 자유로운 공간(space) 등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배웠다. 이와 비슷하게, 창의력의 성공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아래의 네 가지 풍토가 필요하다.
[이미지출처] 이미지투데이
위의 네 가지 창의적 풍토가 역사상 최초의 여성 노벨 수상자인 마리 퀴리(Marie Curie: 퀴리 부인)의 창의적 태도와 사고력을 키웠다. 그러나 ‘반’창의적 풍토가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첫째 부인이었던 밀레바마릭(MilevaMarić)의 창의력을 억압했다. 둘 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창의적 잠재력을 보여준 정말로 보기 드문 물리학자였다. 퀴리부인은 아버지와 선생님들, 또 결혼한 이후에는 남편과 시아버지가 햇살, 비바람, 토양, 공간 풍토를 제공했기 때문에 두 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릭은 첫째,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만을 강요했던 남편, 둘째, 유대인 며느리만 고집했던 시어머니의 편견, 셋째, 튀는 여자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반감 등의 반창의적 풍토로 인해 창의력을 키울 수 없었다.
역사상 최초 여성 노벨 수상자 마리 퀴리(Marie Curie: 퀴리 부인)
[이미지출처] 구글
나의 중학교 선생님들과 어머니처럼, 또는 퀴리부인의 선생님들과 아버지처럼, 한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첫째, 제자들의 크나큰 야망을 향해 따스하게 격려하고, 둘째, 뚜렷한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끈기를 가지고 재기하게 하며, 셋째, 온갖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제공함과 동시에, 넷째, 타고난 자신만의 튀는 기질을 잘 살리도록 도와서, 그 제자들이 모두 창의적 위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참고문헌
- Kim, K. H. (2016). The creativity challenge: How we can recapture American innovation. Amherst, NY: Prometheus Books
수도‧중부권 중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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