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의 줄거리] 일제 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한 ‘그’의 가족은 광복이 되자 서울을 거쳐 북에 있는 고향으로 가려 했
예의를 중시 여기며 현실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지 못하는 인물.
지만 삼팔선이 그어져서 서울에서 살게 된다. 가난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처지인 ‘그’에게 ‘그’의 친구는 집을 마련해 주기
현실적이지만 비도덕적 인물.
로 마음대로 약속을 하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만나러 간다.
잠바 흥정이 붙었다. 친구는 양복 위에다 잠바를 입었다. 물건 주인은 값이 맞지 않는 모양으로 어서 벗으라고 잠바 앞섶을 한 손으로 붙들고 당긴다. 조금도 다라진 맛이 없는 것 같은 스물다섯이 채 되었을까 한 청년이다. 순수해 보이는. 때가 묻지 않은.
“안 팔다니! 팔백 원이면 제 시센데 시세를 다 줘두 안 팔아? 이건 누굴 히야까시루 가지고 나와서?”
‘조롱, 놀림, 야유’를 뜻하는 일본어.
친구는 눈을 매섭게 부릅뜨고 팔을 뿌리친다.
“글쎄, 그르켄 못 팔아요. 이천 원 다 줘야 돼요.”
청년의 손은 다시 잠바로 건너간다. 친구의 눈은 좀 더 매섭게 모로 빗기더니,
흘겨 보더니.
“받아요.”
지전 묶음을 청년의 호주머니 속에 억지로 넣어 주고 돌아선다.
넣어 준 돈을 청년은 다시 드러내 부르쥐고 뒤를 쫓는다.
“여보!”
친구의 옷자락을 붙든다.
“누구야! 왜 붙들어? 바쁜 사람을…….”
“인줘요.”
“주다니, 뭘 줘?”
“잠바 말이에요.”
“당신 정신 있소? 물건을 팔구 돈까지 지갑에 넣구 다니다가 딴생각을 허구선…… 이건 누굴 바지저고리
주견이나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만 다니는 줄 알아? 맘대루 물건을 팔았다 물렀다…….”
자신의 맘대로 옷값을 치르고 위협함.
몸부림을 쳐 청년의 붙든 손을 떨구고 떨어진 손을 와락 붙들어 이마빼기가 맞닿으리만치 정면으로 딱 당 기어 세우고 눈을 흘기며 가슴을 밀어젖힌다.
“이러단 좋지 못해 괜히…….”
자신의 의도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밀어젖힌 대로 물러난 청년은 더 맞잡이를 할 용기를 잃는다. 멍하니 친구를 바라보고만 섰더니 어처구니
싸움.
없는 듯이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그대로 쥐고 있던 돈을 세어 보고 집어넣는다.
무서운 판이었다. 총소리 없는 전쟁 마당이다. 친구는 이 마당의 이러한 용사이었던가. 만나기조차 무서워
도덕이 무너진 현실에 대한 충격. 무례하게 행동하는 친구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
진다. 여기 모여 웅성이는 이 많은 사람들은 다 그러한 소리 없는 총들을 마음속에 깊이들 지니고 있는 것일까. 빗맞을까 봐 곁이 바르다. --> 남한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됨.
가까이에서 도와주거나 보호해 줄 사람이 별로 없다. 여기서는 ‘불안하다’의 의미임.
갈 래 : 현대 단편 소설
성 격 : 사실적, 비판적
작 가 : 계용묵
시 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 경 : 해방 후의 남한
제 재 : 해방 직후의 전재민의 삶
주 제 : 광복 직후의 혼란한 사회상과 전재민들의 고달픈 삶
특 징
①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당대 민중들의 고달픈 현실에 초점을 맞춤.
② 이북 사투리 사용으로 사실감과 현장감을 획득함.
중략
⑥ 외부 서술자가 중심인물의 시각으로 사건을 서술함.
인 물
‘그(자기)’ : 30세. 만주에서 귀국한 지 1년이 되었지만 단칸초막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음. 아버지는 만주에서 돌아가심. 소극적이고 도덕적인 인물. 현실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지 못함.
친구 : 만주에서 서울로 오는 배에서 만난 사람. 다른 사람의 집을 빼앗고, 물건을 싼 값에 가져오는 등 현실주의적이고 도덕성이 없는 인물.
구 성
- 발단 : 그는 광복이 되자 만주에서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어머니와 인천으로 들어오지만 집을 못 구함.
- 전개 : 그는 배에서 만난 친구가 사는 사람을 내쫓고 집에 들어가게 해 주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복덕방을 돌아다니지만 방을 구하지 못함.
- 위기 : 남한의 어려운 경제에 북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하고 청단 행 표를 구한 그.
- 절정 : 서울역에서 고향 사람을 우연히 만나 북쪽 소식을 들음.
- 결말 : 개찰이 시작되었지만 ‘그’와 어머니는 어쩌지도 못하고 역 안은 한가해짐.
전체 줄거리
일제의 수탈과 억압으로 만주로 이민을 갔던 ‘그’의 가족은 독립이 되자 만주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고향에 묻고자 고국으로 돌아온다. 안전한 귀국을 위해 뱃길로 인천에 도착하여 서울로 오지만 삼팔선 때문에 고향이 있는 북쪽으로 가지 못한 채 서울에서 살게 된다. ‘그’의 가족은 1년이 넘도록 방 한 칸 구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고 있던 초막마저 비워야 할 형편에 이르게 된다. 마침 만주에서 나올 때 같은 배를 타고 오면서 알게 된 친구가 일본인의 집에 수속 없이 들어 있는 사람을 내쫓고 대신 살게 해 준다고 했으나 이를 거절한다. 결국 ‘그’는 집을 구하지 못하여 고향인 이북으로 가려고 서울역에 가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사람으로부터 이북도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남으로 넘어온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해 설
이 작품은 광복 직후 남한의 사회 현실과 만주에서 조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시장에서 느끼는 ‘그’의 심리, ‘그’의 친구가 재산을 형성한 모습, 제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남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그’의 모습과 ‘그’의 친구 말에서 전재민들이 고국에 와서도 궁핍한 삶을 살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단편 소설이지만 광복 직후의 현실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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