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청준)-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그러니까 허 노인이 한 번 발을 헛디뎠던 다음 날이었지요. 마침 그날도 나는 거기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허 노인이 아들의 줄타기를 보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어요. 나는 줄 위에 있는 운이 아니라 무섭

아들의 줄타기에 대한 불안감. 아들의 줄타기에 허 노인도 함께 몰입함.

도록 줄을 쏘아보고 있는 노인의 눈과 땀이 송송 솟고 있는 이마를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노인이 갑자기 ‘이

허 노인이 많이 긴장한 상태임.

놈아!’ 하고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줄 밑으로 내닫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야 나는 줄 위를 쳐다보았지

아들 운이 줄타기에 전념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함.

요. 그런데 운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그냥 줄을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눈과 귀를 닫고 줄타기에 전념함. 무아지경(無我之境).

― 이놈…… 너는 이 애비의 말도 듣지 않느냐?

만족함의 호통. 자신이 추구하는 경지에 운이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함.

운이 줄을 내려왔을 때 노인이 호령했으나, 그는 역시 어리둥절해 있기만 했어요. 내가 놀란 것은 그때 허

주인공. 줄타기에 몰입해서 아버지가 소리를 지른 것도 알지 못함.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는 그길로 곧 함께 주막 술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아들의 줄타기에 대한 만족감.

사내의 이야기는 다시 계속되었다.

트럼펫 사내. 줄광대 부자의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는 인물.

그날 주막에서 허 노인은 운에게 술잔을 따라 주고, 그날 밤으로 운을 줄로 오르라고 했다.

운이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탈 정도로 완숙한 경지에 오름. 운이 줄타기에 내포된 삶의 가치를 안 것에 대한 인정.

― 줄 끝이 멀리 보여서는 더욱 안 되지만, 가깝고 넓어 보여서도 안 되는 법이다. 그 줄이라는 것이 눈에서

오로지 줄에만 집중해야 함. 주객일체(主客一體).

아주 사라져 버리고, 줄에만 올라서면 거기만의 자유로운 세상이 있어야 하는 게야. 제일 위험한 것은 눈과

줄타기 중에는 외부 세상과 단절하고 몰입해야만 함.

귀가 열리는 것이다. 줄에서는 눈이 없어야 하고 귀가 열리지 않아야 하고 생각이 땅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외부 상황(땅, 물욕 추구)에 흔들리지 않고 줄타기에만 전념해야 함. 허 노인의 가치관. 장인 정신.

는 소리다.

노인은 조용조용 당부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노인의 일생을 몇 개로 잘라서 압축해 놓은 듯한 무

허 노인의 인생관, 가치관이 담김.

게와 힘과, 그리고 알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자기의 전 생애를 운에게 떠넘겨 주려는 듯한 안간힘이

비장감. 운도 줄타기에만 집중하길 당부함.

거기 있는 것 같았다. 운은 비로소 허 노인이 끝끝내 줄타기 자세를 바꾸지 못하는 내력을 알 것 같았다.

단장의 돈벌이(흥행)를 위한 줄타기 요구를 거부한 아버지의 정신과 가치관을 이해함.

― 아버지, 이젠 줄을 그만두시고 좀 쉬십시오.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운.

운이 말했으나 노인은 조용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 줄에서 내 발바닥의 기력이 다했다고 다른 곳을 밟고 살겠느냐? 같이 타자.

줄타기 외에 다른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함. 줄타기를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허 노인의 생각.

그날 밤, 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올라섰다. 운이 앞을 서고 허 노인이 뒤를 따랐다. 운이 줄을 다 건넜을 때는 객석이 뒤숭숭하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뒤를 따르던 허 노인이 줄에서 떨어져 이미 운명을 하고 만

운은 줄타기에 몰입하여 중도에 아버지가 떨어져 죽은 것을 알지 못함.

뒤였다. 죽는 순간까지 줄과 함께한 허 노인의 삶에서 장인 정신의 완성을 찾을 수 있음. 숭고미.

⇒ 줄타기를 하다 죽음을 맞은 허 노인의 장인 정신

 

SMALL

 

 

갈 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예술 소설

성 격 : 회상적, 숙명적

작 가 : 이청준

배 경 : 외부 이야기 - 현재의 C읍. 내부 이야기 – 1940년대 말의 C읍.

시 점 : 외부이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내부 이야기 - 전지적 작가 시점.

제 재 : 줄타는 허 노인과 허운의 삶

주 제 : 근대화 속에서 세속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삶

특 징

① 인물들의 삶을 대조적으로 제시함.

② ‘허 노인’ → ‘운’ → ‘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절대 가치’ → ‘가치에 대한 갈등’ → ‘가치 상실’ 을 드러냄.

중략

 

⑧ 액자식 구성을 통해 주인공(운)의 행적을 밝힘.

 

인 물

- 허 노인 줄타기의 예술적 경지를 깨닫고 한 길만을 걸어온 장인 자신의 삶의 자세를 굽히지 않고 소신대로 살아가는 인물.

- 운 : 허 노인의 아들 아버지의 엄함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기 시 작함. 사랑에 실패하자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줄광대로서의 삶을 완성함.

- ‘나’(남기자) : 소설 쓰기를 중단한 소설가이자 신문 기자. 줄광대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로 줄광대의 이 야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예술가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음.

- 트럼펫 사내 : 허 노인 부자의 내력을 이야기해 주는 인물.

 

구 성 : 액자식 구성

- 발단 : 기자인 ‘나’는 트럼펫 사내를 만나 허 노인과 운의 이야기를 들음.

- 전개 : 허 노인은 운에게 줄광대의 장인 정신을 가르친 후에 죽음.

- 위기 : 운이 어느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여자는 이를 거부함.

- 절정 : 운이 줄 위에서 최후의 연기를 하다 죽음.

- 결말 : 트럼펫 사내의 죽음과 ‘나’의 깨달음.

 

전체 줄거리

문화부 기자인 ‘나’는 부장의 지시로 C읍에 가서 ‘승천한 줄광대’의 이야기를 취재하게 된다. C읍에서 ‘승천한 줄광대’에 대해 알고 있는 노인을 만나게 된 ‘나’는 그로부터 ‘승천한 줄광대’ 허운의 이야기를 듣는다. 허운은 그의 아버지 허 노인으로부터 줄 타는 것을 배운다. 허 노인이 더 이상 줄을 타기 어려운 몸 상태에 이르게 되는 상황 속에서, 허운은 허 노인이 생각한 줄광대의 경지, 즉 줄 위에서 생각이 땅에 머무르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그 후 허 노인은 마지막으로 허운과 함께 줄을 타다가 줄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이후 허운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단장의 호통 속에서도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지 않고 줄을 탄다. 허운은 그의 공연을 매일 본 한 여 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기 시작하고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줄광대 본연의 줄타기를 할 수 없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여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알게 된 허운은 마지막으로 줄을 타면서 목숨을 잃는다. 훗날 사람들은 허운의 죽음을 두고서 광대가 승천했다는 말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허운이 정말로 승천했다고 믿게 된다. 허운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노인과 헤어지면서 노인의 죽음을 예감하고, C읍을 떠나게 되는 날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해 설

이 작품은 신문 기자인 ‘나’가 부장의 명령으로 ‘승천한 줄 광대’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C읍으로 가서 한 노인에게 ‘승천한 줄광대’로 전해지는 허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허운이 그의 아버지 허 노인에게 줄타기를 전수받는 장면, 단장의 요구에도 자신의 줄타기를 고집하는 허 노인과 허운의 모습은 현실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는 장인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허 노인과 허운 모두 줄을 타다가 목숨을 잃는 것에서 줄을 타는 일이 두 사람의 인생 전부였음이 드러나는데, 이것을 통해 작가는 장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보여 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

이 작품은 줄을 대하는 허 노인의 엄격성과 부장의 명령으로 취재를 나온 ‘나’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나’는 자신의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그저 타성적으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허 노인은 바로 그런 ‘나’가 잃어버린 소중한 정신을 보여 준 인물이며, 그의 아들 허운도 같은 성격의 인물이다. 이들 부자는 줄을 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죽음을 택하는데 그들을 죽게 한 것은 외부 세력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엄격함 그 자체이다. 이 엄격함은 곧 장인 정신에서 나온 것인데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정신의 부각에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