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떨어지는 자리에는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촐랑촐랑 쪼르륵 촐랑, 빗물은 이와 같은 연속적인 음향을
양동이. 음성상징어. 청각적. 우울한 분위기 고조.
남기며 양동이 안에 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무덤 속 같은 이 방 안의 어둠을 조금이라도 구해 주는 것은 그래
동욱 남매가 거주하는 집안 분위기. 시각적.
도 빗물 소리뿐이었다. 그러나 그 빗물 소리마저, 양동이에 차츰 물이 늘어 갈수록 우울한 음향으로 변해 가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현실을 나타내는 어두운 이미지.
는 것이었다.) ( ) : 음산하고 음울한 분위기 묘사. 절망적인 상황 암시.
반복되는 종결 표현 - 사건에 대한 간접 제시. 냉소적 시각 반영.
동욱(東旭)은 별로 원구(元求)와 동옥(東玉)을 인사시키거나 소개하려 하지 않았다. 동욱은 젖은 옷을 벗어
특별히.
서 걸고, 러닝과 팬티 바람으로 식사 준비를 할 터이니 잠깐만 앉아 있으라고 하고 부엌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부엌이래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옆방이었다. 다다미는 걷어서 벽 한구석에 기대어 놓아, 판장뿐인 실내에는 여기저기 빗물이 오줌발처럼 쏟아졌다. 거기에는 취사도구가 너저분하니 널려 있는 것이었
널판장. 널빤지. 천정이 새서 빗줄기가 굵게 쏟아지는 방안. 비유.
다. 연기가 들어간다고 사잇문을 닫아 버리고 나서, 동욱은 풍로에 불을 피우느라고 부채질을 하며 야단이었
( ) :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비정상적인 삶의 모습 제시.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분위기.
다.) 열 시가 조금 지난 회중시계를 사잇문 틈으로 꺼내 보이며, 도대체 조반이냐 점심이냐는 원구의 질문에, 동욱은 닝글닝글하며 자기들에게는 삼시의 구별이 없다고 했다. 언제든 배고프면 밥을 끓여 먹고, 밥 생각이
보기 싫은 웃음을 지으며. 하루에 먹는 세 끼.
없는 날은 종일이라도 굶고 지낸다는 것이었다. 동욱이가 부엌에서 혼자 바삐 돌아가는 동안 동옥은 역시 한
동옥은 다리가 불편한 상태임.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옥은 가끔 하품을 하며 외국에서 온 낡은 화보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한 동옥이와 마주 앉아 자기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해야 하며, 또한 어떠한 포즈를 지속해야 하는가? 원구는
↱ 마주 대하여 앉음.
이런 무의미한 대좌(對座)를 감당할 수 없어 차라리 부엌에 나가 풍로에 부채질이나마 거들어 줄까도 생각해
동옥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한 원구. ↱ 쉽게 할 수 없는 일.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만한 행동도 이 상태로는 일종의 비약이라 적지 아니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는 동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 자신의 생각이 부자연스럽다고 여김.
안 원구는 별안간 엉덩이가 척척해 들어옴을 의식했다. 양동이의 빗물이 넘어서 옆에 앉아 있는 원구의 자리
양동이 물이 넘쳐 방바닥에 흐름.
로 흘러내린 것이었다. 원구는 젖은 양복바지의 엉덩이를 만지며 일어섰다. 그제야 동옥도 양동이의 물이 넘는 줄을 안 모양이다. 그러나 동옥은 직접 일어나서 제 손으로 치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앉은 채 부엌 쪽을 향해, 오빠 물 넘어, 했을 뿐이었다. 동욱은 사잇문을 반쯤 열고 들여다보며 이년아, 네가 좀 치우지 못해? 하
자신이 하지 못해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함. 움직이지 못하는 동옥이보다는 부정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
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러자 자기가 나서기에 절호한 기회라고 생각한 원구는, 내가 내다 버리지 하고 한
동옥과 함께 있는 어색함을 피할 기회.
손으로 양동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한 걸음도 미처 발을 옮겨 놓을 사이도 없이 양동이는 철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옆이 떨어지며 물이 좌르르 쏟아졌다. 손잡이의 한쪽 끝 갈고리가 고리 구멍에서 벗겨진 것이었다. 순식간에 방바닥은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여태껏 꼼짝 않고 앉아 있던 동옥도 그제만은 냉큼 일어나 한 걸음 비켜서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동옥의 동작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원구에게 또 하나 우울의 씨를 뿌려
동옥의 신체를 보고 느끼는 원구의 슬픔. 비유.
주는 것이었다. 원피스 밑으로 드러난 동옥의 왼쪽 다리가 어린 애의 손목같이 가늘고 짧았기 때문이다.
갈 래 :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성 격 : 사실적, 냉소적, 비극적, 허무적, 실존적
작 가 : 손창섭
시 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 경 : 시간적 배경 - 한국 전쟁 시기, 공간적 배경 - 피란지 부산의 빈민촌
어 조 : 소외된 인간상을 피학적(被虐的) 어조로 묘사함.
경 향 : 전후의 실존주의와 휴머니즘
제 재 : 월남한 동욱과 동옥 남매의 삶
주 제 : 전쟁이 가져온 무기력한 삶과 허무 의식
특 징
① 원구라는 인물이 동욱 남매의 불구적 삶의 형태를 회상하는 구성 방식임.
② 사회적 배경과 상황적 배경, 시간・공간적 배경이 적절히 배합되어 생존의 비극성을 밀도 있게 구현함.
중략
⑨ ‘것이었다’는 말을 반복 사용하여 사건의 추이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인물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의도가 반영됨.
인 물
- 동욱 : 1·4후퇴 시 불구인 여동생 동옥을 데리고 월남하여 미군의 초상화 주문을 맡아 생계를 꾸려 나가던 동욱은 초상화 주문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동생 동옥을 버리고 가출해 버리는 절망적인 인물이다.
- 동옥 : 불구의 몸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일로 소일하는 동옥은 원구를 믿고 사랑하나 생계가 막연해지고 오 빠마저 가출하자 어디론가 떠나 버리는 정적 인물이다.
- 원구 : 이 소설의 나레이터로서 동욱 남매의 비참하고 절망적 삶을 이야기하는 정적 인물로 동욱 남매에 대한 동정적이지만 무기력하다.
구 성
- 발단 : 비가 내리는 날이면 원구에게는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회상됨.
- 전개 : 원구의 황폐한 동욱의 집을 방문하여 동욱과 그의 누이동생 동옥을 만남.
- 위기 : 동옥의 자조적인 웃음과 그들의 유일한 생계인 초상화 작업을 못하게 됨.
- 절정 : 동옥은 노파에게 돈을 떼이고, 세 들어 살던 집마저 떠나게 됨.
- 결말 : 원구가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이미 그들은 떠나고, 그는 자책감에 빠져 돌아옴.
전체 줄거리
원구는 피란지 부산에서 어릴 적 친구인 동욱을 만난다. 동욱은 누이인 동옥이 미군들에게 초상화를 판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동욱의 집을 방문한 원구는 자신을 외면하는 동옥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원구는 비 오는 날이면 동욱의 집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 달여 만에 동욱의 집을 찾아간 원구는 집주인으로부터 동욱은 소식이 없고, 동옥 역시 집을 나갔다는 말을 듣는다. 원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한다.
해 설
이 작품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한 내면과 무기력한 모습을 다루고 있다. 장마철, 폐가 같은 집 등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전쟁 후의 처참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삶이 전쟁의 폭력성에 의해 무너지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역경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도 없고 방법도 찾지 못한 인물들의 모습은 패배적 삶에 빠진 당시 서민들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날개 또는 수갑(윤흥길)-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
줄(이청준)-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별을 헨다(계용묵)-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사하촌(김정한)-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고향(현진건)-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