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애국가’의 가사에서 ‘동해물과 백두산’은 실제의 지리적 대상을 지시하지만 그 가사를 얹은 음표 자체는 무엇을 지시하는 기호일까? 이에 대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이란 본성상 어떤 것도 표현할 능력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음악을 어떤 의미 차원도 가지지 않는 자생적 현상으로 보았다. 이와 달리 어떤 음악 이론가들은 ‘음악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라는 전제하에 음악이 비음악적인 지시 대상, 즉 외부 세계의 실체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해튼은 음악의 구조를 기호로, 음악의 구조가 지시하는 대상을 문화적 단위로 설정하고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유표적 대립의 상관관계’로 간주하면서 음악이 기호로서 대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였다. 인간의 모든 구분은 대립 관계를 포함하며 이때의 대립 관계들은 근본적으로 비대칭적이라는 전제에 기반한 유표성(markedness) 이론에 따르면, 대립 관계에서 한편은 좀 더 섬세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제한되지만, 다른 편은 좀 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이해된다. 가령 단조 대 장조와 같이 대립 관계에 놓인 음악적 양식 중 단조는 ‘비극적’이라는 의미와 일관되게 연합되어 상당히 한정적인 뜻을 갖는 데 반해 장조는 ‘비극적’의 반대인 ‘희극적’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웅적’, ‘전원적’ 등과 같이 비극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훨씬 더 넓은 뜻을 가지며 심지어 비극적인 것을 표현할 때 마저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단조는 장조와의 대립 관계를 전제로 비극성, 슬픔, 우울함 등의 정조를 의미하는 기호로서 유표성을 띠게 되며, 단조 대 장조와 같은 대립 관계에 있는 음악적 구조나 양식은 슬픔 대 행복과 같이 대립 관계로 규정된 문화적 단위와의 상관관계에 놓이면서 음악이 동일 문화권 내에서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의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해튼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성이나 음형, 선율, 박자 단위와 같은 음악 구조의 구성 요소가 의미하는 바를 밝히고 이들을 ‘토픽’이라 칭하였다. 또한 그는 토픽들을 작곡의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 낸 음향적 결과물이 하나의 ‘트로프’, 즉 음악적 은유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해튼은 ‘행진’, ‘영웅’, ‘파스토랄(목가)’, ‘비극성’ 등을 트로프의 예시로 들고, 트로프는 주로 하나의 악장을 단위로 하여 구현되지만 악장들이 모여 이루는 작품 전체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악장들이 모여 총체적인 하나의 작품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작품으로서 지니게 되는 음악 외적인 의미 또는 이야기는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트로프들이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하나의 트로프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해튼은 작품의 의미를 지배하는 트로프를 ‘표현적 장르’라고 하여 음악 해석의 단위를 구분하였다.
(나)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음악학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 오래된 물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하는 데이비스, 키비, 클락과 같은 음악 이론가들은 대체로 ㉠음악과 언어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음악에서의 대상의 부재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어떤 단어의 의미를 번역한다는 것은, 의미론적 내용의 맥락으로 이루어진 상징체계 안에서 그 단어의 위치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음악은 이를 번역해 줄 상징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고립되어 존재한다. 따라서 음악은 가령, ‘관용’과 같은 개념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음악은 관용에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도 갖추지 못했는데, 그것을 지시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이러한 대상의 부재 혹은 지시 능력의 결여는 음악 기호학의 성립 가능성에 대한 반론의 근거를 이룬다. 음악이 기호가 되려면 그 자신과는 다른 어떤 것, 즉 대상이 이미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술어의 방식으로 어떤 것을 묘사하지 못하며, 따라서 해석의 근거를 제공하는 의미론의 차원이 부재한다. 즉 음악에서의 의미론이 부정되는 까닭은 언어와 달리 음악의 구조, 혹은 구성 요소는 어떤 구체적인 대상을 지시하거나 의미할 수 없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해설]
음악의 의미와 대상의 문제
(가)
{해제}
이 글은 음악이 외부 세계를 지시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을 제시하고 이에 기반하여 해튼의 음악 해석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해튼은 유표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음악이 이를 향유하는 문화권 내의 특정 의미와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토픽, 트로프, 표현적 장르와 같은 단위를 중심으로 음악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주제}
음악의 의미 표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해튼의 음악 해석 이론
{구성}
•1문단: 음악의 의미 표현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입장
•2문단: 유표성을 중심으로 한 해튼의 음악 해석 이론
•3문단: 해튼이 제시한 음악 해석의 단위
(나)
{해제}
이 글은 음악의 의미 표현 가능성과 특정 대상 지시 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 데이비스, 키비, 클락과 같은 음악 이론가들은 음악은 특정 대상을 지시할 수 없으므로 의미나 정서의 표현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청자들이 주장하는 음악의 의미, 이야기 등은 우발적이
고 독단적인 허구적 청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음악 기호학의 성립 가능성을 부정하는 근거를 이룬다.
{주제}
음악 기호학에 대한 부정적 입장
{구성}
•1문단: 음악이 의미를 지니거나 대상을 지시할 수 없다고 보는 주장과 이론가들
•2문단: 음악 기호학에 대한 반론의 근거
•3문단: 음악의 의미에 대한 클락, 키비, 데이비스의 반론
•4문단: 음악의 대상 지시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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