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친놈 잠꼬대" 항의로 연재 중단한 천재 작가의 작품, 뮤지컬로 만나다...뮤지컬 <스모크>

사회, 문화 정보

by 배추왕 2018. 4. 17. 09:02

본문

728x90

"미친놈 잠꼬대" 항의로 연재 중단한 천재 작가의 작품, 뮤지컬로 만나다...뮤지컬 <스모크>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중략)

- 「오감도 제1호」


구본웅 작가가 시인 이상을 그린 작품 '친구의 초상'(1935)ㅣ국립현대미술관
위의 작품은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이상이 연재한 시, ‘오감도 제1호’이다. 이상은 김기림과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30회를 목표로 한 '오감도'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연재는 15편(오감도 시제 15호)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이상한 기호와 히스테릭하게 중얼거리며 내뱉는 문장은 기존의 시적 관습에 반하며 “미친놈 잠꼬대”로 읽힌 것이다. 특히 작품 속 음울하고 기이한 분위기는 당시 정서상으로 매우 충격적이어서 "이상이를 죽여야 해"라고 말하는 극단적인 항의문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오감도’란 까마귀가 공중에서 내려다본 세계이다. 그곳에서 지금 13명의 아이들이 지금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제1의아해'부터 '제13의아해'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내닫고 있다. 문장은 띄어쓰기도 없이 같은 구문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있어 읽고 있으면 독자 또한 같이 무언가에 쫓기며 달리는 듯한 불안감을 준다. 이러한 풍경은 그 당시 폐쇄적인 무한경쟁 구조에서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내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 속에서 자아는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13명의 아이들은 모두 무섭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자는 다시 아이들이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질주하지 않아도 좋고, 13명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한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지만,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다고 자신의 진술을 계속해서 뒤집는 비논리적 태도로 현실과 의미를 해체하며 기이한 풍경을 만든다. 그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 시작과 끝의 구별이 없는 현실 공간에서 ‘실존의 현기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분열 양상은 ‘오감도 시제 15호’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거울을 매개로 하여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를 대비시키며 분열된 ‘나’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는 병적 나르시시즘을 보여주었다.

뮤지컬 <스모크>는 이러한 이상의 ‘오감도’ 속에 나타난 불안과 분열의 시적 세계를 무대화한다.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2017년에 초연을 선보인 후 다시 돌아온 뮤지컬 <스모크>는 글을 쓰는 고통과 현실의 괴로움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超)’,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海)’,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紅)’의 이야기이다.

이 세 사람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시대를 앞서가는 한 작가의 천재성과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열망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세 인물은 무엇보다 이상이 '오감도'를 통해 보여준 젊은 지식인의 분열된 자아를 구체화하여 보여줄 예정이다.
 
작품은 이상의 ‘오감도’ 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과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노래 가사에 담아냈다. 비밀스럽고 독특한 드라마, 인물의 심리변화를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무대, 그리고 시적 언어로 구성된 넘버는 시인 이상의 심오한 작품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공연은 2018년 4월 24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홀에서 열린다.

뮤지컬 <스모크>

2018.04.24 ~ 2018.07.15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오감도석 6만 원, 날개석 4만 원

출연
초 역ㅣ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
해 역ㅣ박한근, 황찬성, 윤소호, 강은일
홍 역ㅣ김소향, 정연, 유주혜

올댓아트 에디터 오은지

[출처] 올댓아트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