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누가 듣지나 않는가 하고 아까부터 수상쩍게 보이던 저편 뒤로 컴컴한 구석에 금테를 한 동 두른 모자를 쓴 채 외투를 뒤집어쓰고 누웠는 일본 사람과 김천서 나하고 같이 오른 양복쟁이 편을 돌려다 보았다.
사상범으로 오인 받을까 보아서 조심하는 모습. 일제를 의식하는 지식인의 모습.
나의 말이 조금이라도 총독 정치를 비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 무슨 오해가 생길지 그것이 나에 게는 염려되는 것이었다.
“정말 내지에도 공동묘지가 있에요? 하지만 행세하는 사람야 좀 다르겠죠?”
권력을 가진 자들은 공동묘지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세속적 가치관.
“그야 좀 다르겠지마는, 어떻든지 일본에서는 주로 화장을 지내기 때문에 타고 남은…… 아마 목구멍 뼈라든가를 갖다가 묻고 목패든지 비석을 세운다우. 그러지 않어도 살아 있는 사람도 터전이 좁아서 땅 조각이 금 조각 같은데, 죽는 사람마다 넓은 터전을 차지하다가는 이 세상에는 무덤만 남고 말지 않겠소, 허허허.”
공동묘지의 필요성을 말하는 ‘나’. 현실적 가치관. 죽은 사람을 모두 매장하여 무덤을 만들다가는. 허례허식 비판.
나는 이러한 소리를 하면서도 묘지를 간략하게 하여 지면을 축소하고 남는 땅은 누구의 손으로 들어가고
공동묘지를 유도하는 일본의 숨겨진 속셈을 생각함. 남은 땅을 일제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
마누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 일제에 대한 의구심.
“그리구서니 자기의 부모나 처자를 죽었다구 금세루 살라야 버릴 수가 있습니까? 더구나 대대로 내려오는
봉건적 사고에 익숙한 전근대적 가치관. 곧바로 화장할 수 있습니까?
제 집 산소까지를.” 대화를 통해 인물의 대조적인 가치관이 드러남.
매장 문화에 반하는 화장 문화에 대한 거부감.
이 사람은 나의 말이 옳다는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그래도 반대를 한다.
갓 장수. 공동묘지법 시행에 대한 ‘나’와 갓 장수의 차이.
“화장을 지낸다기루 상관이 뭐겠소. 예전에 애급이라는 나라에서는 왕후장상의 시체는 방부제를 쓰고 나무
이집트.
관에 넣은 시체를 다시 석관까지에 튼튼히 넣어서 피라미드라는 큰 굴속에 묻어 두었지만, 지금 와서는 미이라밖에는 되지 않고 만 것을 보면 죽은 송장에게 능라주의(綾羅紬衣)를 입히고 백 평, 천 평 되는 땅에다가
비단옷과 명주옷을 아울러 이르는 말. 허례허식 비판.
아무리 굳게 파묻기로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동상을 세우면 무얼 하고 송덕비를 세우면 무엇에 쓴다는 말이오.” 죽은 사람에 대한 과도한 하례허식에 대한 비판.
내 앞에 앉았는 장꾼은 무슨 소리인지 귀에 자세히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갓 장수가 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음. / 말을 알아듣지 못함.
갈 래 : 중(장)편 소설
경 향 : 사실주의 소설
성 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자조적
작 가 : 염상섭(廉想涉,1987 - 1963)
시 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구 성 : 전체가 9장으로 이루어짐, 순차적 구성
배 경 : 시간 - 3・1 운동 전 1918년. 공간 - 동경에서 서울까지.
제 재 : 일제치하 우리민족의 현실
주 제 : 지식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암담한 현실과 지식인의 나약한 모습
특 징
① 일제 강점하의 민족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제시함.
② 당시 지식인들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의식 구조를 보여줌.
중략
⑧ 카메라 시점으로 이동하며 관찰하는 듯한 전개를 취함.
인 물
- 나(이인화) : 당대의 현실을 무덤으로 인식하는 인물. 도쿄 유학생으로 아내의 위독 전보를 받고 귀국함. 현 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애착이 없는 당대의 지식인의 전형.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인물.
- 김천 형님 : 국민학교 교사. 보수적인 성격.
- 아버지 : 구시대의 보수적 성격.
- 형 : 구시대의 보수적 성격.
- 아내 : 보수적이며 순종적인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지닌 인물. 나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는 시대의 희 생양.
- 정자 : 아내와 대비되는 인물로, 이지적이고 진취적인 카페의 여급.
- 김의관 : 사기꾼. 일본인 앞잡이로 변신하여 구차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
구 성
- 발단 : 동경 유학생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귀국 준비를 함.
- 전개 : ‘나’는 여러 술집을 전전하면서 답답한 심정을 지님.
- 위기 : ‘나’는 부산으로 가는 배 안에서 조선인을 멸시하는 일본인에게 분개함.
- 절정 : ‘나’는 조선인이 처한 현실에 분노함.
- 결말 : 아내가 죽자 ‘나’는 무덤 같은 현실에서 도망치듯 일본으로 돌아감.
전체 줄거리
동경 유학 중인 ‘나’(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한다. 귀국하는 배 안에서 ‘나’는 일본인이 조선인을 멸시하는 것을 보면서 분개하게 되고, 조선 민족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조선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과정과 고향에서 지내는 중에 ‘나’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 및 습관에 갇혀 생활하는 조선인의 모습을 보고 답답해한다. ‘나’는 아내의 죽음 또한 구태의연한 인습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묘지와 같은 조선의 현실에서 도망치듯 동경으로 떠난다.
해 설
이 작품은 주인공 ‘나’가 동경과 서울을 오가는 과정에서 목격한 3·1 운동 직전의 우리 민족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 속에서도 전근대적 가치관에 얽매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조선 민족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민족적 현실을 마주한 주인공 ‘나’는 고뇌에 빠지지만 마땅한 현실 대응 방식을 보여 주지 못하고 무기력한 지식인의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동경에서 출발하여 부산과 김천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고, 다시 동경으로 떠나는 원점 회귀형의 여로 구조를 통해 주인공이 사회 현실을 인식하면서 내면적 의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하촌(김정한)-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
고향(현진건)-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바리공주(미상)-정리, 해설(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적벽가(미상)-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
옹고집전(미상)-해설, 정리(2019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0) | 2018.10.31 |